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고단한 삶의 힐링, 문화가 역할 해줘야"(24) 고승철 작가
자기에너지·타인 성향 집중
작품 바라봐 주는 소통 중요
"밟아가는 삶의 흔적 그릴 것"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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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0  16: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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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철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무언가를 생각하다보면 오직 그 대상에만 집중하기 쉽다. 주변에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배제되거나 혹은 정작 내가 의도한 바를 까먹을 수 있다.

고승철 작가(36)는 자신의 에너지는 물론이고 타인의 성향까지 작업에 담고자 한다. 그의 작업에 있어 주된 소재는 바로 ‘인물’이다.

작업 초반에는 눈을 찡그리며 크게 웃거나 손을 뻗어 넥타이를 푸는 등 혈기왕성한 남학생들을 그렸다. 활기가 가득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백한 얼굴이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를 전부 표출하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무조건 일방적인 단면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붓 터치를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하면서도 주제가 되는 인물이 가진 느낌에 집중하려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며 한 사람의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한다. 그렇게 며칠을 사진에 집중하면 색이나 구도 등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감이 오는 방식이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정면을 응시한다. 정직하게 앞을 보는 동시에 때론 감추고 싶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인물들의 모습은 작가 자신이 변화돼 온 과정과 닮아 있었다.

“전에는 누가 말을 걸어도 단답형으로만 대답했는데 지금은 말하는 방식도 많이 순화된 거 같다”며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내면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천천히 변하는 성격 또한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모두가 불완전하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의 소통 방식은 당연하게도 그림을 통해서다.

   
▲ 고승철 작 '무제'.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품을 바라봐주는 관객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제주가 가진 문화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어느 통계에서 제주의 소주 소비량이 전국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을 봤다. 얼마나 삶이 힘들면 그러겠냐”며 삶의 고단함을 힐링할 수 있는 역할을 문화가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제주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문화를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문화가 삶의 여유가 있어야만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인식했으면 한다는 거다.

그는 당장 이달 중순경 서울에서 ‘시선’이라는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타인에 초점을 맞춘 주된 시선에서 나아가 자화상 작품도 선보인다.

좀더 확장된 작업세계를 준비해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누구나 다 아는 화백이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그가 된 게 아니고, 스스로 밟아가는 삶의 흔적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그림을 그리기만 하던 학생에서 시간이 흘러 작업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그는 여전히 미성숙하지만 계속 나아가려는 인물을 화면 안에 포착한다.

지나칠 수 있는 순간 하나하나를 붙잡아 기록한 그의 작업에서 마치 언제라도 움직일 것만 같은 느낌이 전달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작가가 가진 삶의 태도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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