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다. 가게도 상품도 다 있는데 직원만 없다. 직접 결제를 한 건 다소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CCTV에다 ‘○○콘 2개요’하며 보고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허전함도 든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얘기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지점, 믿음과 불신이라는 모순이 적절히 공존하는 곳에서 제도로서의 청렴,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가 자라난다. 

　경찰청 유실물 통합포털을 조회한 결과, 지난 한 달 간 도내에서는 1739건의 습득물 신고가 접수됐다. 

　CCTV와 같은 타인의 시선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왜 고가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카페 테이블에 방치해둬도 그대로인데 거리의 자전거는 그렇지 않은가.

　이유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저 질문의 방점은 앞쪽에 찍혀야 한다. 

　내가 점유한 공간에 둔 물건은 내가 자리를 비워도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이뤄낸 높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를 자랑스러워 할 자격이 있다. 사람들이 이것을 자족과 안주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더 높은 성취를 위한 응원과 격려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