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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치주의 위기다
백승주  |  C&C국토개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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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6  14: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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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치주의 위기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그의 저서에서 말 그대로 사람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 즉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을 법치(法治)라고 했다. 인치가 아니라 제정 법률 등에 따라 통치되는 것을 법치주의라는 것이다.

사람에 의해 다스려지느냐 법률에 의해 다스려지느냐를 기준으로 할 때, 이런 법치를 형식적 법치주의라 한다. 또한 형식적 법치주의 하에서 법률 등은 권력자의 도구이자 피지배자를 지키는 수단이다. 역사적으로는 인치시대에서 법치시대로 넘어오면서 형식적 법치주의가 중요해졌음은 물론이다.

인치에서 법치에 의한 통치로의 전환은 그 당시로서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라 할만하다. 그 후 서구 근대 제국들은 행정 이외에 의회입법, 사법부의 재판 등 권력분립을 이뤄냄으로써 형식적 법치주의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체주의 독재자 등이 출현하면서 법치주의 위기가 엄습했다. 이들이 장악한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은 형해화(形骸化) 되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즉 형식적 법치주의만으로는 민주주의나 국민의 기본권을 결코 잘 지켜낼 수 없다는 뼈아픈 각성이 일어났다. 단순히 사람이 아닌 법만으로는 법치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법률 등의 제정·시행 목적을 정의(正義)’ 실현에 두었다. 그 결과 만약 제정법을 실제로 집행했으나 권력에 의해 정의가 부정되거나 왜곡되는 경우, 법 집행을 했으나 정의가 전혀 추구되지 않는 경우, 의회가 정의실현에서 본질적인 핵심을 이루는 평등 개념을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 등에서는 경험에 비추어 법치주의 위기가 좌초됐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평등 개념을 배제한 제정 법률 등은 단순히 악법이라기보다는 법률로서의 본질을 결여한 법으로 비판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게다가 사법부가 특정 사건을 심판함에 있어 법리를 곡해(曲解)하거나 특정인 또는 권력 편향의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법치의 위기를 조장한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법치의 위기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정 법률 등은 절차적으로 합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집행 또는 해석에 있어도 사리(事理)에 맞아 옳고 정의로운 성질,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합법성과 정당성을 갖춘 제정 법률 등에 의한 행정명령 또는 처분, 사법부의 재판만이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제정 법률 등은 합법성 외에도 정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라는 미명하에 그저 형식적 요건을 갖춰서 제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제는 실질적 법치주의 차원에서 제정 법률 등은 공정·정의·평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국민의 기본권 보장·확장에도 적합토록 제정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법률 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다. 합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에 사활을 거는 것이 아니라 치적 쌓기 용으로 법률들을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사법부의 사법(司法)의 정치화도 노골화되고 있다. 상식 있는 상당수의 국민들은 현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감은 최근 정권 인사들에 대한 재판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생각건대 실질적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신장보다는 자신의 야망이나 정권의 안위만을 위한 입법이나 재판활동이 강화되는 추세가 역력하다. 한국의 법치주의 위기 누가 막을 것인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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