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가 제주도의 반칙행위로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할 제주도가 최근 ‘제주 제2공항 이렇게 추진됩니다’는 홍보 소책자 2만3000부를 발행해 행정시 및 읍·면·동, 찬성단체 등에 배포해 제주도의회와 반대단체를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제주도는 즉각 도의회와 반대단체 등의 요구대로 배포한 홍보 책자를 모두 회수해야 한다.

　선거에 관권이 개입하면 안 되듯이 도민의 찬·반 의사를 묻는 정책 결정 여론조사에도 관권이 개입해선 안 된다. 특히 제2공항 여론조사는 지난 5년간 도민사회를 분열시킨 도민 간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민투표만 못하지만 그런대로 도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의 느닷없는 일방적 찬성 유도 홍보물 대량 제작 살포로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도민 간, 도민·도정 간 갈등 해결에 앞장서야 할 원 도정이 되레 갈등을 부추기는 치졸한 행위를 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같은 형태의 원 도정의 불공정 사례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5년 실시된 제주도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도 점진안(시·군체제 유지)과 혁신안(단일광역자치안) 2개 안을 설명하는 홍보물을 제작해 배부했다. 당시 공무원들을 출신지에 보내 주민들에게 혁신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홍보로 관권 주민투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제2공항처럼 아예 특정안을 찬성하는 홍보물은 만들지 않았다.

　지난 27일 열린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모 의원은 “제주도는 배부된 제2공항 홍보 책자를 모두 수거하고 관권 개입을 중단하라”며 “더 이상 반칙하면 원 지사가 주민소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권에 도전하려는 원 지사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는 경고다. 당장 제2공항 찬성 유도 홍보물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