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방만한 예산정책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예외가 아니다. 공기관 대행사업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선심성 예산 편성도 여전하다. 공무원들이 할 일을 출자·출연기관으로 떠넘겨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지난해 2753억원이었던 대행사업 예산이 내년에는 4991억원으로 무려 2238억원이나 폭증했다.

　공무원수가 부족하다면 모를까 오히려 더 늘리면서 상당 부분의 업무를 공기관에 위탁하고 있으니 예산을 부담하는 도민만 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 공무원수는 6079명으로 2014년 이후 무려 1000명 정도 늘었다. 원희룡 지사가 청년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해마다 공무원을 증원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무원 감축 또는 공기관 기능 축소 가운데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더 이상 방만한 조직 운영으로 혈세를 쏟아붓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 도민 적항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해외여행이 중단된 상태에서 공무원 해외시찰·견학 등의 명목으로 예산(8600만원)을 편성하고, 민간인 국외여비 등(1억원)을 예산에 포함한 것도 시대정신에 반(反)한다. 무지의 소치든, 알면서 한 일이든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실의에 잠긴 실직자·미취업자와 취약계층, 그리고 자영업자 등 영세상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껴 써야 할 때다. 제주도의회 예결특위는 지나친 대행사업비와 공무원·민간인 국외여비 등 몰염치한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