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제주도의 행태는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제주도교육청이 요구한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 예산 242억원 중 29억원의 배정을 수용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및 시행령대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분담하면 제주도 부담비율은 12%로 도교육청 47.5%(114억원), 교육부 40.5%(97억원)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제주도는 2017년도부터 도세 전출금 비율을 5%로 상향해 교육예산을 도교육청에 지원하고 있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면 고교 무상교육이 이뤄지기 이전의 일로 분담금 거부 명분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도 아닌데 분담금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예산 수요자가 미래 제주사회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주도의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 종료 일정이 임박한 상황이다. 도는 즉시 고교 무상교육 분담금을 추가 편성해 일선 교육현장이 걱정없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흔히 도로 확·포장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만을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은 버려야 한다. 교육이야 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더 큰 투자다.

　혹여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지적대로 원희룡 지사와 이석문 교육감 간 개인적 갈등이 예산 지원에까지 비화됐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선 절대 안 될 것이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원 도정의 고고 무상교육 예산 분담 거부에 옹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의회 역시 적극 중재에 나서 도 교육 분담금이 규정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예산 분담을 둘러싼 도-교육청 간 갈등을 방관적 자세로 지켜만 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