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훼손의 심각성이 대두된지 이미 오래다. 특히 용눈이오름 등 주변 경관이 뛰어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오름들일 수록 줄을 잇는 사람의 발길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등산로와 정상 일대가 마구 파헤쳐져 검붉은 흙(송이)이 드러났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일부 다른 지역 오름도 탐방객이 늘어나면서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 오름은 쉽게 무너지고 복원도 힘들다. 그야말로 애지중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제주 최고의 자연유산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368개의 수려하고 선이 아름다운 오름이 분포한 것 만으로도 제주는 축복의 땅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제주의 보배요 자랑인 오름 보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대표적인 오름인 용눈이오름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뒤늦게 복원하겠다고 허둥대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일찍이 한라산 등산로 처럼 오름마다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했어야 했다. 그동안 휴식년제를 실시한 오름은 2008년 도너리오름·물찻오름에 이어 2015년 송악산, 2019년 문석이오름 등 4곳이 고작이다.

　지난 2017년 ‘제주도 오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으나 내년에야 ‘제주도 오름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일 정도로 제주도의 오름 보전 대책은 느슨하고 소극적이다. 물론 오름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도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것은 지역별, 오름별로 자연휴식년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1회 60개 오름씩 5년 주기로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