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녹록지 않은 삶 이야기, 그림 속으로"(25) 이가희 작가
현직 해녀 얼굴 소재 작업
거친 피부·주름 개인역사 증명
사회에 메시지 전하는 작품 고민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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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5  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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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희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갓 물질을 끝낸 듯한 해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얼굴에 번진 웃음에는 물질에서의 고단함과 보람이 공존한다.

이가희 작가(31)는 그런 해녀의 모습을 그린다.

평소 인물화를 그리길 좋아하던 그는 우연히 대학원 재학 시절, 인터넷으로 한 해녀의 사진을 접했다.

한눈에 봐도 해녀의 지난날의 삶이 녹아든 얼굴이었다. 그렇게 7년째 해녀의 얼굴을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대상을 주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작업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직접 현직 해녀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작업실에 돌아와 보답으로 선물할 초상화를 그린다.

초상화를 그리다보면 해녀 개개인의 에너지와 앞서 들었던 인생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중에는 제주4·3 당시 아버지와 오빠, 삼촌 등 가족과 친척을 모두 잃었던 사연도 있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을 들었기에 작업을 완성하는 데까지 가벼울 수가 없다.

“해녀 한 분 한 분마다 만나고 돌아오면 여운이 있어요. 직접 사진을 찍고 돌아온 뒤에도 그 느낌들을 잊을 수가 없죠”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작업 구조상 초상화는 본작업을 위한 밑그림이다. 그림을 그릴 해녀를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또 해녀가 품은 성격이나 분위기를 작가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인 것이다.

작가의 해녀 작업 중 가장 큰 특징은 사실적인 묘사다. 거친 피부와 주름, 표정 등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실제 모습을 화면에 착실하게 풀어낸다. 각자 지나온 인생이 다르듯 개인이 만든 역사가 얼굴에 증명되는 부분이다.

   
▲ 이가희 작 '웃어점쪄'.

“꼭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해봤는데 정이 안 가더라고요”라며 아직까지 자신만의 작업방식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해녀 얼굴과 함께 그가 병행하는 작업은 ‘이어도’다. 제주도민들의 이상향으로 알려진 이어도의 의미를 살려 그만의 판타지를 덧입힌다. 편하게 앉아 깔깔 웃는 해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미 그들의 천국에 온 것처럼 미소를 자아낸다.

작가가 늘 염두하는 것은 과연 작업이 사회적으로 소통할 수 있느냐다.

“미술작품은 저만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항상 생각해요”라며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작품에 위로나 감동을 얻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작업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천천히’ 해 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기존 회화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설치 등 다른 장르를 융합해 온라인 전시 개최에도 무리가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저 해녀가 좋아서 그리게 된 것처럼, 작가만의 속도로 작업을 지속하다보면 어느덧 그만의 해녀가 탄생하지 않을까.

작가는 거친 바다에서 고생하며 건져올린 해산물로 가정을 책임지는 해녀를 존경한다고 했다.

캔버스 위에서 비롯된 작가의 작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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