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대응 느슨…이미 예견된 일

　우려했던 제주지역의 코로나19 수도권 지역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어제(20일)까지 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235명이다. 이 가운데 무려 154명이 이달들어 발생한 확진자다. 제주시 한라사우나 관련 확진자만 51명, 김녕성당 관련 확진자도 28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형태의 집단감염은 서울·경기 등 주로 수도권지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상상도 하지 못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도내에서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제주는 서울의 한 지역이나 다름없다. 항공기를 이용하면 아침에 내려와 짧은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갈 수 있는 멀지만 가까운 곳이다. 그만큼 다른 지방에 비해 중앙 문화의 파급이 가장 빠른 지역이면서 감염병 전파·확산의 우려도 높은 곳이다. 본란이 제주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이 수도권화해 통제가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선제적인 방역을 촉구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대응은 느슨했다.

통제불능 상태 반드시 막아야

　원희룡 지사는 이달 초 관광객 등에 의한 코로나19 지역 전파가 확산되자 “제주도는 코로나 도피처가 아니다”며 감염증 차단에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단체연수·여행 등 제주방문 행사를 자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선언성 방역대책 만으로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없음은 익히 아는 일이다.

　특히 대중목욕탕은 음식점과 함께 마스크를 벗는 시간이 많아 정밀방역 관리가 절실한 곳이다. 일반적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거리두기 준수 홍보에 안주하지 않고 집단감염의 위험성이 큰 사우나 등의 현장 지도 관리를 강화했다면 대규모 감염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원 도정은 사우나 탈의실·휴게실에서의 마스크 미착용 단속을 집중 전개하지 않은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원 도정의 선언적 방역대책이 지속될 경우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도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감염증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직접 사우나, 음식점, 공·항만 등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곳을 찾아 나서는 방역대책만이 이를 차단할 수 있다.

원 지사, 차단방역 지사직 걸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방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사전 대비에 완벽을 기해 집단감염을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 원 지사에게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지금이라도 그동안의 코로나19 방역 소홀에 대해 자성하고 선제적·공격적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원 지사는 한동안 국민의힘 중앙당 방문 등 잦은 서울 출장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지금은 대권 도전 준비보다 위험에 처한 도민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원 지사는 지난 16일 도민사회가 코로나 확산으로 긴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유튜브 ‘원희룡 TV’를 통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가진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보수가 나아갈 길’에 대한 대담을 내보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부각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집단감염이 속출하는 코로나 방역대책을 위한 전문가와의 대담이라도 모를 판에 느닷없이 진보·보수를 논할 때인가. 예방 백신 접종시까지의 백신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다. 원 지사는 관광객 제한과 함께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한 확산 차단 방역에 지사직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