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시설인 시선유도봉(차선규제봉)은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위험한 구간임을 알리기 위해 주로 교차로, 중앙분리대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제주도와 자치경찰단은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 일대 5·16도로 3㎞ 구간 도로변에 차량 주·정차를 막기 위해 시선유도봉을 설치했다.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도모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의 시선유도봉이 주·정차 금지용으로 사용된 데 대해 남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소 성판악 휴게소 주변 도로는 한라산 탐방객들이 주차한 차량으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다. 특히 토·일요일 등 공휴일에는 무단 주·정차가 홍수를 이뤄 원활한 차량 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전이 최우선인 한라산이 인접한 국립공원 지역에 주로 도시지역 교통안전 시설인 시선유도봉을 설치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금은 시선유도봉이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자연환경을 저해한다는 지적때문에 최소한의 시설에 그쳐왔다. 하물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성판악 도로변에 시선유도봉이 설치되다니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미 들어선 시선유도봉을 제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관을 해치고 청정 한라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시설이 분명한 만큼 이른 시기에 시설물을 모두 뜯어내야 한다. 더구나 최근 인근에 환승주차장이 조성됐으므로 불법 주·정차는 계도만 잘하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