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1일 이전에 실시될 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를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무원 동원이다. 물론 기우이길 바라지만 과거 유사한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05년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 당시 공무원들을 출신지역에 보내 주민들에게 단일광역자치안(혁신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사실상 선거운동을 했다.

　이 때 시·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점진안이 선택됐다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제왕적 도지사를 탄생시킨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는 출범하지 못했다. 더구나 주민투표율이 36.73%로 주민투표 성립조건인 33.3%를 가까스로 넘겼다. 만약 공무원들이 투표 참여 독려에 동원되지 않았다면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가 될 뻔했었다.

　제주도는 지난달 ‘제주 제2공항 이렇게 추진됩니다’는 홍보 소책자 2만3000부를 제작해 읍·면·동과 찬성단체 등에 배포하는 반칙행위를 했다. 결국 제주도의회와 반대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자 더 이상의 홍보책자 배부를 중단했지만 제2공항 찬성을 유도하는 행위로 행정계층구조 개편 주민투표 당시 관권 개입 사례와 다를 바 없다.

　관권 개입 금지는 선거와 주민투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지역의 중대한 현안에 대해 도민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에도 공무원 조직이 관여하면 안 된다. 제주도는 제2공항 여론조사를 앞두고 공무원들을 연고지에 보내 찬성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같은 위법행위를 할 경우 대권에 도전하려는 원희룡 지사의 정치생명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제(21일) 구성된 제주도와 도의회 제2공항 여론조사 공동위원회는 공무원의 엄정 중립 자세를 확고히 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충실히 해야 한다. 단 한 명의 공무원이라도 연고지 등을 찾아 가 찬성을 유도하는 행위가 드러날 경우 즉시 사례를 공개해야 한다. 여론조사 관리가 엄정해야 결과에 불복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