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환경보전 기여금 도입 문제가 최근 원희룡 지사가 적극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0월 25일 ‘청정제주 송악 선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환경보전 강화의 실질적 수단으로 환경보전 기여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제주와미래연구원이 도내 거주 성인 558명(편의추출)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전 기여금 도입에 대한 인식조사(12월1~14일 실시)에서 응답자의 95.2%가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본지 12월29일 1면)까지 나왔다.

　물론 의미 있는 인식조사 결과이지만, 모든 도민이 환경보전 기여금 도입에 공감하는지 여부는 또다른 인식조사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여론조사를 해 봐야 명확해질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생활폐기물과 하수처리 비용을 물리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더구나 도민 찬성만으로 밀어붙일 사안도 아니다. 관광객들이 기꺼이 기여금을 내겠다고 할지도 의문이다. 도민 뿐만 아니라 최소 6개월 정도 제주공항을 통해 입도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경 기여금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도 함께 실시해 봐야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환경보전 기여금이 훼손되는 제주환경을 되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에게 숙박과 렌터카 이용시 일정액의 환경 기여금을 물려 한 해 약 1600억원(추정)을 징수한다고 해서 제주환경이 제대로 보전되겠는가. 오히려 환경보전 기여금 제도 도입보다 관광객수를 줄이는 게 훨씬 더 제주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환경보전 기여금 제도에 부담을 느껴 제주관광에 나서지 않는다면 모를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보다 되레 더 많은 관광객이 들어올 경우 환경훼손과 파괴가 가속화 해 제주관광은 죽은 관광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환경 기여금이라는 나무만 보고 자손만대 물려줄 청정제주 보전이라는 숲을 못보는 우(愚)을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