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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맑은 희망을 고대하며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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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3  17: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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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2021년이 밝았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신음했던 경자년 쥐띠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만남과 이별이 그리움과 희망의 꼭짓점이라지만,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지난해는 시작과 함께 몇 마리의 생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일 년 내내 혼란스럽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쥐들이 설쳐대던 상처뿐인 경자년의 시간은 끝났다.

신축년은 육십 간지 중 38번째로 백색에 해당하는 천 간의 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인 이 만나 하얀 소띠의 해를 의미한다고 한다. 과거 농경시대 농사에 꼭 필요한 소는 가족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소싯적 아버지에게는 늙은 암소가 있었다. 소를 식구처럼 아끼고 보살피며 일생을 소와 함께했다. 소를 중시 여겼던 아버지는 정월 첫 번째 축일을 소 날이라 부르며 이날이 되면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갖은 영양소를 담은 여물을 장만해 소를 잘 먹이기도 했다. 암소가 새끼를 낳을 때 난산의 기미가 보일 때는 외양간 앞에서 소 삼신에게 빌기도 하고, 송아지를 낳으면 금줄에 솔방울을 꽂아 외양간에 걸어놓는 등 소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아지랑이 넘나들던 봄날, 아버지는 초가집 마당 한쪽 귀퉁이 외양간 암소를 깨워 질메를 얹었다. 성질 착한 암소는 세단 동산 밭으로 가는 길을 알고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에서 주인을 배려하며 조심 걸음 했다. 함께 따르는 배고픈 작은 송아지가 어미젖을 달라고 오락가락 보채면 어미 소는 자드락 길 평평한 모퉁이에 걸음을 멈추고 새끼에게 젖을 물렸다. 어미 소가 고개를 돌려 고삐 잡은 주인을 쳐다보면 아버지는 젖을 먹이는 동안 길가 돌담에 앉아 담배통을 꺼내 한숨 길게 내뱉었다. 연초 연기는 아직 동이 트지 않는 뒤돌아진 돌밭 위를 휘돌아 놀다가 어슴푸레한 공중으로 사라진다. 참으로 눈이 맑은 암소였다. 암소와 아버지는 별개가 아닌 같은 존재였었다.

새해는 소의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처럼 맑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특히 소는 우직하고 성실한 면모 때문에 희생과 헌신,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보기엔 느리지만 꾸준한 모습이 믿음직스럽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천천히 나아가는 황소걸음처럼 일이 더딜지라도 인내하며 노력하다 보면 성공에 이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세상의 변화에 사유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를 인용해 표현한 것처럼 말이나 겉으로 행동은 크게 없지만, 묵묵하게 맡겨진 일을 행하는 사람에게 덕이 따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소띠의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장점으로는 성격이 온순하고 친화력도 좋아 정감이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새해 첫날 함박눈이 팔랑거리며 내린다. 나목에 새로 피어난 하얀 눈꽃은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연인의 모습으로 활짝 미소를 짓는다. 기쁨과 환희가 가득 찬 오늘처럼 신축년 새해는 바이러스의 위협보다는 서로 간의 이해와 존중을 통해 신뢰가 싹트고 편안한 일상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겸손과 인내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인정을 받고, 배려와 나눔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 얼어붙은 대인관계에서 벗어나 따스하게 마주치는 눈길에 사랑이 피어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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