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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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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7  17: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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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통계 작성(1970)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분기 0.90, 2·3분기 0.84명이었으나 곧 0.8명대로 하락했다. 행정안전부가 새해 들어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51829023명으로, 전년에 비해 2838명이 줄었다. 출생 인구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것이다. 인구감소는 내수, 재정, 연금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큰일이다.

 7~8년 전부터 한국의 인구는 2018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20~2022년 인구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사회인구 전문가들은 예측해 정부의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그 예상이 적중했다. 한 국책연구 기관은 이대로 가다간 2050년 되면 인구가 3000만명 아래로 고꾸라질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인구감소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아이 둘을 낳으면 50-100만원을 출산 축하비로 지급하고 아이들에게 육아 돌봄교실을 제공하는 등 여러 대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인구 절벽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20년 후 쯤엔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달 15일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2021~2025)을 들여다봤다. 주요 내용은 2022년부터 01세 영아에게 30만원을 지급하고 영아수당을 신설하는가 하면, 출산 시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한다.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상한확대 등 주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내용으로 총 196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영아수당이나 출산 지원금 확대 등도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생애 전반적으로 봤을 때 출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일자리 마련, 주거 안정, 교육 문제 등이 실낱처럼 얽혀져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과 해결책이 미미하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나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결혼을 포기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출산율이 개선될 수가 없다. 그러니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도 별로 효과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쓴 예산은 모두 45조원인데, 이를 작년 출생자 수(275815)로 나누면 출생아 1인당 16300만원 정도다. 차라리 이 돈을 출생아 가정들에 나눠주는 것이 낫겠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찔끔찔끔 파편처럼 내놓은 정부 대책의 한계를 말해준다.

 회색 코뿔소’(Grey Rhino)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뻔히 보이지만 멀리 있는 위험이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신호를 무시하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가 가까이 달려올수록 대처비용이 더 늘어난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펼칠 정책으로 국방, 외교, 통일, 사회, 경제 등 전반에 걸쳐 언급했지만 저출산에 대한 문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대통령이 직접 출산과 관련된 현안문제를 꺼내들어야 할 카드가 아닌가. 오는 4월 실시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시야가 가려 별로 표가 안 되는 인구문제엔 노코멘트 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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