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집콕’이 필수인 시기에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폭력으로 얼룩지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제주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전년대비 지난해 도내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10%, 검거인원은 17%가 증가했다고 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의자 구속,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도 각각 두 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해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경찰과 유관기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져야 할 시점이다.

　가정폭력의 양상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사이는 물론 가족의 구성과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각양각색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이나 계부모에 의한 학대사망사건들도 큰 범주에서는 가정폭력의 한 단면이다. 장기간의 학대와 폭력적인 대우에 피해자들이 노출됐고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 노출된 상태를 알리는 이상 징후들이 보였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가정의 ‘존속’을 중시하고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풍토때문에 피해자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정 사건들이 계기가 돼 점진적으로 마련된 제도적 장치들도 인력한계, 가정문제에 적극적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미온적인 수사기관과 복지기관의 대처가 비극을 연달아 낳으면서 각성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외치고 있다.

　개정 가정폭력특별법에 처벌되는 폭력행위가 추가됐고, 그간 미흡했던 피해자보호 임시조치 등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고통을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피해자들이 보내는 시그널에 무신경했고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던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폭력의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피해자를 안전히 구조하고 보호할 책임은 사회에 있고 최일선에는 경찰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