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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제주여성의 보따리를 통해 제주 4·3을 마주한다.
고현주 작가는 두 번째 4·3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2’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2019년 출간된 첫 번째 사진집이 20여 명의 4·3 유가족 유품 사진과 글로 구성됐다면, 이번 사진집은 제주여성의 제주 4·3의 기억과 삶을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보따리 속 사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230페이지가 넘는 이번 사진집의 사진과 사연 글은 안순실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됐다.
4·3사건 당시 살기 위해 죽음의 바다를 건넌 많은 제주인들. 절체절명의 순간 보따리 하나 의지한 채 일본으로, 부산으로, 타지로 떠났다.
작가는 부산에 살고 있는 안순실 유족을 만났다. 그녀는 궤 속에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수많은 보따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비녀, 염주, 엽서, 아버지의 사진, 시집올 때 챙겨온 혼수품, 버선, 첫 아이의 삼신상 위 놓았던 멩실 등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물건이지만, 보따리는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진다.
작가는 “몇 대를 거쳐 간직하고 있는 사물들 안에서 한 제주 여성의 역사가 당당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며 “개인의 서사가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역사와 문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보따리’에 집중했다. 작가는 “방랑과 유랑, 이동의 상징물인 보따리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다”며 “등 뒤에 부착하면 책보가 되고, 아기를 싸면 포대기가 된다. 귀중하다면 귀중한 대로, 하찮으면 하찮은 대로 보따리는 몸의 한 부분처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진집은 보따리의 상징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보따리의 천 재질을 표지로 사용했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문에서 “4·3의 기억에 살아 있는 사람의 온기를 입히려는 작가의 안간힘이 느껴진다”며 “보따리 속에 차곡차곡 잡혀 있는 옷가지가 잠든 기억이라면, 이를 꺼내서 추억하면 지나간 시간들은 현재의 일부가 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작가는 기억의 목소리 사진집 작업을 국내외 전시로도 연계할 계획이다. 사진집은 한글 뿐 아니라 영문으로 번역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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