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제주의 바닷소리가 서울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내달 28일까지 홍이현숙 개인전 ‘휭, 추-푸’를 진행한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전시제목은 소리를 그대로 풀어 넣은 것이다. ‘휭’은 바람이 내는 소리고, ‘추-푸’는 파도 소리인 듯 하다.
커다란 전시실에는 뗏목 하나가 희미한 등불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걸터앉으면 실제 파도 위 뗏목인 것처럼 기우뚱 거린다. 주변 스피커에서는 다양한 고래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는 작가의 첫 번째 작품 ‘여덟 마리 등대’다.
이처럼 작가는 조형과 소리를 조합한 시도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의 소리가 담겨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각각의 이어도’가 그 주인공이다.
논 위에서 수영복을 입고 헤엄치듯 움직이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독특하다. 출렁이는 벼에서 바다를 발견한 작가는 논 속을 헤엄치며 바다를 느끼고, 심해에서 부력에 저항하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여 본다.
그 아래에는 CCTV 2종이 실시간 재생된다. 여기서 ‘이어도’를 만난다. 전설의 섬에서 해양과학기지로 탈바꿈한 이어도의 모습에서 미래를 예측한다.
CCTV 아래 발 모양 그림이 있다. 이 위에 서면 작가가 바다에서 채집한 수면 아래 소리가 재생된다.
대학로에서 제주의 바닷 소리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활동에 대한 아카이브와 신작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석광사 근방’,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등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한 공생을 말하고, 거리두기 시대의 상상력을 풀어낸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