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부임춘 기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건설을 결정하기 위해 선거법상 정당과 언론사에게만 한정해 허용하고 있는 선거여론조사를 9개 언론사에 사실상 위탁해 실시한다. 이는 공무원이 금지된 선거 여론조사를 편법으로 하는 셈이어서 선거법 위반 및 기부행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소문대로 여론조사 비용을 도청 또는 산하기관이 다른 명목으로 지원하거나 언론이 직접 비용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양쪽 어떤 방법이든 간에 기부행위에 속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이번 선거여론조사를 위해 공동으로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위원장 박원철)를 구성하고, 여론조사 참여 언론사 선정 및 비용문제 논의 등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기자들의 친목단체인 제주기자협회에 가입한 통신사와 방송 및 일간지 3군데 등 9개 언론사를 선정한 데 이어 이들 언론사의 편집국장 및 관계자들과 합동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선거여론조사 준비를 해왔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공정관리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선정된 9개 언론사(KBS제주·제주MBC·JIBS·KCTV제주방송·연합뉴스·제민일보·제주일보·한라일보·제주CBS 컨소시엄)를 통해 오는 15~17일 2개의 국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안심번호로 2회에 걸쳐 제주도민 2000명·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포함한 제2공항건설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게 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여론조사 심의 및 관련 절차에 따라 중앙선관위를 통해 공표된다. 여론조사 결과는 검토 결과를 거친 후 국토부에 제출될 계획이다.

　이렇듯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공동으로 선거여론조사를 관리·협의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를 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볼 때, 여론조사 주체는 제주도청과 도의회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찬·반 여론조사와 관련, 원희룡 지사는 찬·반 어느 쪽이든 그 결과로 손해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찬성이 앞설 경우 제2공항 건설이 실제로 추진되든 불발되든 국토부에 공이 넘어가게 되고, 반대여론이 앞설 경우는 도민이 결정한 것이기에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제2공항은 2007년 국토부에 신공항과 동시에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이미 국제공항이 들어선 에어시티에 두 개의 공항건설은 효율적으로 가치가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다며 검토조차 확고히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민선5기에서 용역을 재추진한 것이 2014년 그결과가 나오면서 민선 6기 도지사로 취임한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타이틀을 달고 지난 6년여 이상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부동산 투기와 도민사회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이번 여론 조사 추진으로 도지사는 모든 책임을 면하게 되고 결국 책임은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편법 선거여론조사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