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2021~2023)의 내용이 너무 나열식이며 추상적이어서 혼란스럽다. 인권 친화도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도시’를 말한다. 무엇이 인권 친화적 도시인지부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공감할텐데 너무 무겁고 백화점식이다.

　올해 추진될 인권보장 및 증진 시행계획을 보면 ‘도민을 권리주체로 한 인권의식 고양과 인권 문화 확산,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한 생활 밀착형 과제 발굴, 인권친화적 도시 조성을 위한 과제의 선택과 집중’ 등이 나열됐다. 제주도는 22개 부서에서 58개 세부 과제를 추진한다지만 여전히 발굴에도 역점을 두고 있어 실질적인 인권친화적 도시 조성은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인권 분야의 시급한 현안은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로와 건물마다 전용 보행시설을 갖춰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업부터 확대해야 한다. 아직도 장애인의 취업은 어렵고, 관청 등 주요 건물이 아니면 보행이 쉽지 않다. 사회적 약자들이 존중받는 도시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미 인권보장과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인권친화 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들 역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가령, 밥을 굶는 아이를 놔둔 채 복지정책과 인권을 말할 수 없다. 한꺼번에 모든 분야의 인권 보장·증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도민사회의 인권 증진과 인권문화 역시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의 토대 위에서 확산될 수 있다.

　제주도는 장애인의 취업 및 이동권 보장과 함께 특히 취약계층의 아동·청소년·여성의 인권 증진사업에 역점을 둬 이 분야에서 모범적인 지자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저것 총망라한 선언적 ‘인권친화적 도시’ 정책으로는 조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