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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온통 들끓고 있다. 지독한 더위에다 열대야까지 지속되어 낮이고 밤이고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에 습도까지 보태지고 덩달아 불쾌지수마저 올라 견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나 더위보다도 볼썽사납고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있으니 바로 세상 돌아가는 꼴이다.
더위는 아무리 심해도 이제 곧 가을에 밀려 슬그머니 물러설 테지만 매일 보고 듣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쉬 바뀔 것 같질 않으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나라가 정말 이상하다. 더위를 먹다보니 생각마저 뒤죽박죽 반죽되고 범벅이 되어버린 탓일까?
새롭게 임명될 예정인 장관 나리들은 그 자질을 검증 받는 과정에서 한결같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가 기본을 넘어 있는 자, 가진 자의 필수 조건처럼 되어버렸다.
자식의 군대 미필 문제가 대선에 낙마하는 결정정인 요인이었던 적이 있었고, 자식 사랑의 결과였을지언정 위장 전입이 각료 임명의 절대적 불가 사항이었던 적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닌데 이제는 그러한 도덕적 흠결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저 부적절 처신이었다는 틀에 박힌 말 한마디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립 서비스를 마치면 오히려 떳떳하고 뻔뻔하기조차 한 모습에 신물이 난다.
결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도록 그 결점을 꼬집고 꺼내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그 사람이 지닌 장점을 들추어 부각시켜 주는 사람 EH한 필요하다.
그런데도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흠집 찾아내기와 이를 항변하기에만 골몰하여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지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하는 장점은 알려주지도 보여주지도 않는다.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라는 공감이 생긴다면 큰 결점이 있어도 오히려 이를 눈감아 줄 수도 있고 기회를 줄 수도 있는 것인데 ‘그 정도 결점쯤이야’ 하는 오만과 고집으로 이를 밀고 나가니 그러면서 무슨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단 말인가. 8·15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公正)한 사회’를 강조했다.
‘공정한 사회’의 정의에 대해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책임지는 사회, 패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사회,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고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함께 이루어진 특별사면에서 느끼게 되는 괴리감은 무슨 까닭인가.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줄줄이 사면되고 복권되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이내 풀려나는 그런 적이 어디 이번뿐이고 한 두 번이던가.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던지며 다른 한쪽에서는 결코 공정하지 않은 은전이 베풀어지는 이 아이러니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줄 뿐이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3대 필수과목을 세 가지 다 이수하면 대통령 되고, 한두 가지 하면 장관 되고..."라는 어느 정치인의 얘기가 헛소리처럼 들이지 않음이 안타깝다.
현실이 어려워도 우리가 이를 감내하며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은 미래라는 희망이 있어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은 희망보다 좌절과 상실의 모습으로 변질되어 가는 느낌이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진정으로 길고 높고 멀게 내일을 바라보는 미더운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이 광복절에 유난히 더 생각나고 문득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코너가 더불어 떠올려진다. 아, 술푸고 싶은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도시 버리질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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