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4·3 군사재판 수형인 13명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한 유가족이 눈물을 쏟고 있다.

[제주신문=이서희 기자] 70여 년 전 해방 직후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된 제주4·3 수형인 335명에 대한 누명이 한날 한시에 벗겨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1호 법정에서 제주4·3 수형인 군사재판 재심 청구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21개 사건·33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국방경비법 위반과 내란실행 혐의 등으로 옥살이를 한 수형인이다.

생존 수형인 2명을 제외한 333명은 1948년과 1949년 사이 적법한 절차 없이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 또는 일반재판에 회부돼 전국 형무소로 뿔뿔이 흩어져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피고인 대부분은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중 발발한 6·25 전쟁으로 군경에 끌려가 총살되는 등 고인이 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제출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없고 무죄를 구형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해방 직후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셀 수 없는 개인이 희생됐고 특히 피고인들은 목숨마저 빼앗기고 유족은 연좌제 속에 살아왔다”며 “오늘 선고로 피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앞으로 마음 편하게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했다.

한편 이날 선고공판은 이례적으로 335명 전원이 한날 한꺼번에 결심과 선고가 함께 이뤄졌다.

20분 단위 릴레이 방식으로 21차례에 걸쳐 오후 6시까지 재판이 이어졌고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