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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집에 개 키우실꺼면 120만원 더 주셔야겠는데요”
최근 아라동으로 이사간 김모(29)씨가 이삿짐을 채 풀기도 전에 집주인에게 들은 말이다. 김씨가 반려견을 키운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집주인이 ‘도배’ 명목으로 추가금을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이삿짐을 풀던 날, 집주인이 반려견을 보고 추가요금을 요구해 당황했다”며 “나중에 방을 뺄 때 벽지나 장판이 지저분 해질테니 미리 도배비를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제주에서 일을 시작하게 돼 집을 알아보고 있는 이모(33)씨는 반려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도, 반려견이 있다는 말만 꺼내면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월세·전세 소식지만 보더라도 ‘애완동물 사절’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완동물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부 소형견으로 한정되기도 했다.
이씨는 “반려동물 가능 매물도 있긴 하지만 조건이 더 안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특약사항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간 함께한 반려견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더 발품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반려인들의 집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집에 반려동물을 들일 경우 소음 민원이 잇따르고, 집을 심하게 어지럽힌다는 인식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약점이 된다.
실제 세를 주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제주한라대 인근에서 월세방을 내주고 있는 A씨는 “당해봐서 안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세입자가 방을 뺀 뒤 청소를 위해 집을 찾아가보니 난장판이었다”며 “미리 파악을 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지만, 이후에는 아예 반려인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B씨는 “일부 사례지만, 원룸에 대형견을 들이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런 경우는 집주인이나 이웃과 마찰이 잦을 수 밖에 없다. 집주인 몰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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