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제42차 회의가 지난 19일 오후 정세균 총리 주재로 제주도청에서 열렸지만 이렇다할 획기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7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과제 56건 가운데 39건에 대해서만 수용을 확정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와 제주도지사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임명권 특례 등 나머지 17건은 수용하지 않았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도민의 의견이 결집되지 않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위주의 희망사항이다. 자치시장이 아닌 행정시장을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하도록 하겠다는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요구다. 차라리 행정시를 자치시로 환원하겠다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전국 유일의 기초단체 폐지로 인해 제주도민(시민)의 자치역량과 자치주권은 약화되고 행정만능주의만 압도하고 있다.

　총리실과 제주도 모두 12년 만에 제주 현지에서 열린 지원위원회의 의미를 극대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특히 제주특별법의 골격(제4조 국가의 책무)인 ‘국세 세목의 이양 또는 제주도에서 징수되는 국세의 이양’의 의무화는 그 어떤 특별법안 제정 또는 개정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이 조항이 명시된 제주특별법이 제정된지 15년이 되도록 이행하지 않아 사문화한 조항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법이 목표대로 성공하려련 재정분권인 국세의 이양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의 해결없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제주도는 모처럼 제주에서 열린 지원위원회의를 기회로 국세 이양을 강력히 요구해 관철했어야 했다. 아울러 정부도 전면 이양까지는 아니더라도 1차적으로 제주에서 발생하는 국세의 일부를 우선 제주도에 배정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허명의 문서로 전락한 ‘국세 이양’ 불이행은 제주특별법 기만행위이며 준법의식 함양을 위한 법질서 교육과도 역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