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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79세 할머니 순옥과 18세 손자 정자는 조손 가정이다. 하지만 이 가정에는 비밀이 있었으니, 할머니는 70년 가까이 남의 이름으로 살아 왔다는 것이다. 손자 정자 역시 짧은 생 평생을 여자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이유가 있다. 할머니와 손자의 이름에 얽힌 사연은 ‘제주4·3’을 관통한다. 과거 4·3의 폭력과 현재의 학교폭력을 두 조손이 마주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는 제주4·3문화학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4·3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인 ‘내 이름은…’의 배경이다. 이 작품은 4·3 당시 ‘오라리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사용했다.
작품은 4·3을 슬프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할머니와 손자가 7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고 함께 미소 지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24일 제주4·3평화재단에 따르면 ‘4·3영화 시나리오 공모’ 본심사위원회에서 장편 극영화 부문 당선작으로 ㈜렛츠필름의 ‘내 이름은…’이 선정됐다.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은 당선작이 선정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부문에 한해 내달부터 재공모에 들어간다.
앞서 4·3평화재단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공모 결과 72편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대해 “4·3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빠지기 쉬운 회상 장면의 지나친 사용을 절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냈다”며 “현재의 학교 폭력과 과거의 역사적 폭력을 절묘하게 병치시킨 점도 4·3의 정서적 진실을 현재 관객들에게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당선작을 내지 못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는 4·3의 비극을 겪은 증언자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메시지를 필요로 한다”며 “하지만 4·3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에 대해 미흡했다”고 아쉬워했다.
4·3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은 오는 30일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편 극여화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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