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주 자연환경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민간풍력사업자 중 일부가 도민의 에너지 복리증진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한 푼도 보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조성 조례 이전에 사업을 허가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 놓인 사업자가 기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민사회에서 ‘얌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 적립현황과 사용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바람자원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풍력발전사업의 이익을 도민사회와 향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금운용을 위해 조례가 제정돼 운영·관리되고 있다. 

풍력자원 개발이익을 재생에너지의 보급촉진을 통한 에너지자립과 도민의 에너지 복리증진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마련된 기금인 셈인데 풍력발전사업자는 풍력발전을 통해 얻어진 매출액의 7%를 공유화기금으로 내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풍력발전 공유화기금으로 마련된 금액은 190억6571만원이다. 제주도가 운영하는 풍력발전소 등에서 마련된 전력판매대금은 96억9804만원으로 전체 기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풍력발전사업자가 낸 기부금은 총 69억328만원이다. 가시리풍력발전(SK D&D)이 12억3386만원, 김녕풍력발전 7억9529만원, 상명풍력발전(한국중부발전) 9억1662만원, 탐라해상풍력발전 16억75만원, 동복풍력발전(제주에너지공사) 23억5000만원이다.
이 중 공기업인 에너지공사가 낸 금액을 제외하면 민간풍력발전사업자가 낸 실제 기부금은 46억원대로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실제 민간풍력발전사업자의 기금운용 기여도는 전체 2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정도면 사실상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가 출현한 재원으로 기금이 운용된다 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기부금을 통한 재원마련이 저조한 이유로 풍력발전 지구지정 절차가 마련되기 이전에 사업을 시작한 삼달풍력발전과 남부발전이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지구지정을 받기 위해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들 사업자는 지구지정 전 발전사업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구지정 전 발전사업을 시작한 탐라해상풍력발전이 16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낸 것과는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기금이 제주의 우수한 자연환경과 그에서 비롯된 풍력자원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이익을 도민사회와 함께 향유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기존사업자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