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도민들이 염원했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하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달 23일 문재인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공포됐다.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은 오는 6월23일부터 본격 시행되며 희생자 위자료와 특별재심 등이 이행될 전망이다.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 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과 유족들의 한도 ‘무죄’로 씻어냈다.

이처럼 4·3의 완전한 해결로 향한 걸음을 한 발 한 발 떼고 있지만 남은 과제들이 산적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70여 년의 한 풀린 수형인과 유족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군사재판에 의한 수형인 2530명, 일반재판에 의한 수형인 1306명 등 4·3 수형인은 38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생존 수형인인 18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지난 2017년 첫 재심을 청구하고 2년 뒤인 2019년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333명의 희생자와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태삼(92) 할아버지와 이재훈(91) 할아버지 등 2명이 한날한시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2010년 11월에는 예비검속에 의해 희생된 섯알오름 학살 희생자 유족 등 24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긴 싸움 끝에 2015년 6월 24일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4·3 희생자와 유족들은 민간 학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억울하게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재심을 통해 역사를 바로잡아가고 있다.

▲가족관계 정정 등 핵심 과제 남아
배·보상과 특별재심 등을 담은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고 수형인들의 무죄 판결 등 희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지만 수형인 명부상의 본적과 주소, 생년월일 등이 제적등본과 일치하지 않아 재심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 한 유족들은 여전히 한을 풀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4·3희생자와 유족 간 행정기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해방 직후 제대로 된 행정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실제 출생일에 출생 신고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4·3특별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3500여 명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인에 대한 법률적 정리와 더불어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도 이뤄지게 된다.

이로 인해 배·보상과 특별재심 등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부 정리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

▲추모비 논란과 보수단체 ‘4·3 공격’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입구에 있는 고(故) 박진경 대령(1920~1948년)의 추모비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이다.

故 박 대령은 제주4·3 발발 2개월 뒤인 1948년 5월 6일 육군 9연대장으로 제주에 부임, 강경 진압 작전을 전개했다. 부임 6주 만에 도민 6000여 명을 무차별 검거, 많은 양민들이 희생됐다.

그럼에도 1952년 ‘군경원호회 일동’으로 충혼묘지에 추모비가 설치되면서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4·3유족회는 물론 제주도의회도 철거 또는 이전을 요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단체를 찾지 못 하면서 ‘사유재산’인 해당 추모비를 철거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4·3의 완전한 해결 노력에도 해마다 보수단체의 4·3 폄훼·왜곡 행위는 반복되고 있다.

4·3역사왜곡반대학부모도민연대, 제주4·3사건재정립시민연대, 제주4·3사건진실규명도민연대, 제주교육학부모연대, 제주도민연대, 제주바른여성인권연대, 나라사랑어머니회 제주지부, 사랑의 재능기부 등 8개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교과서에 담긴 4·3 내용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제주도교육청 앞에 4·3을 ‘남로당 무장 폭동이 도화선이 돼 수많은 도민이 억울하게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정의한 현수막을 거는 등 4·3을 향한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