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행정시 체제의 문제는 자치권이 없고 주민 접근성이 제약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행정시장을 주민이 선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10여 년 동안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에 급급해 왔다. 결국 정부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워지게 되자 이번에는 현행 2개 행정시를 3개 권역(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으로 조정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행정시 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3개 또는 4개(제주시·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권역으로 분리한다고 제주도 본청으로 집중된 권한이 되돌려지는 게 아니며,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시 체제를 존치하는 상태에서의 행정체제 개편은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치 않다.

　지난 9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최한 ‘제주도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대신에 행정시를 국회의원 선거구와 같이 3개 권역으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됐다. 현재 인구수 50만 명인 제주시를 2개 시로 나누는 것은 효율적인 시정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가 하나 더 늘어난 것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히려 도지사의 관할권 권한만 더 비대해질 뿐이다.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면서 유독 제주지역에만 주민자치권을 제한하고 있다. 마치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조건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도입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기초단체 폐지는 당시 정부보다 제주도정 스스로 선택에 의해 도입된 측면이 더 강하다.

　행정시 체제 개편의 본질은 행정시장 직선제도 아니며, 행정시 분리도 아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행정시 존치를 전제로 한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기초단체 부활을 포함한 다양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틀에 갇힌 행정개편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도민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 주민투표를 통해서라도 결론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