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이서희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고용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이 ‘고수익 알바’의 함정에 빠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제주시 연북로지점(지점장 허규)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창구 인출 시도가 확인돼 계좌 지급 정지가 내려졌다. 

이날 농협은행 연북로지점 창구를 찾은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창구에서 통장 잔액 380만원 전부를 인출해 달라고 은행원에게 요구했다. 당시 A씨는 통장을 소지하지 않았다. 

이에 은행 측은 스마트뱅킹 창구를 통해 출금 권한을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홍현정 계장은 A씨가 누군가에게 보낸 “은행 앞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게 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홍 계장은 A씨의 거래 내역을 조회했다. 그 결과 1시간 전쯤 1000만원이 입금됐고 다른 은행 자동현금인출기에서 6차례에 걸쳐 600만원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다.

홍 계장은 돈의 사용처를 캐묻는 동시에 농협은행 금융사기팀에 연락해 해당 계좌의 출금을 정지했다.

A씨는 자신이 취업준비생이며 계좌 대여와 현금 인출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A씨가 어떤 범행에 연루됐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법으로 봤을 때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인출책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해당 은행에서 같은 달 29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600만원을 인출하려던 또 다른 20대 취업준비생이 발각됐다.

홍 계장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이와 같은 범죄에 연루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허규 지점장은 “일부 취업준비생들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다”며 “통장을 대여해주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비슷한 사례가 없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달책과 인출책도 경찰에 체포될 경우 가담 정도와 깊이에 상관없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