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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제주에도 봄이 왔다. 계절적인 의미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예술업계가 점차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갤러리,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도내 각종 전시장들은 이제 단순히 작품만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한차례 아픔을 겪은 업계는 이제 특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본지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제주지역에 있는 특색 있는 전시장소를 직접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전시실 안으로 들어오자 영국밴드 Pink Floyd의 ‘Us and Them’이라는 노래가 울려퍼진다. 정면을 응시하면 “그 얘기, 들었어?”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양 옆을 보니 수 많은 붉은 앵무새들이 거울 속에서 수근댄다. 앵무새의 새빨간 거짓말, 그것을 ‘균열의 시작’이라 한다.
포도뮤지엄 개관전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의 시작이다. 지난 24일 시작된 이번 전시는 내년 3월까지 연중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혐오와 혐오 표현 현상을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 경험하고, 공감의 의미를 나누는 시뮬레이션 전시다. 지난해 11월 서울 전시로 호평을 받은 이후 제주 포도뮤지엄 개관전으로 초청받았다.
관람객은 예술 작품을 통해 혐오를 부추기는 과정부터, 혐오의 해악성이 인류에게 남겨온 고통을 조명하고 비극의 역사 속에서도 용서와 포용으로 화합의 길을 택한 의인들의 메시지를 경험한다.
전시에는 한·중·일 8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강애란, 장샤오강, 권용주, 성립, 이용백, 진기종, 최수진, 코와쿠보 료타 등이다.
빨간 앵무새들의 거짓말을 지나오면 소문의벽을 만난다. 왠지 불쾌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 안을 들여다 보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말들이 쓰여져 있다.
소문의 벽 이후 다음 전시실로 가기 전 잠시 옆 방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 방 안에는 3개의 거울이 있다. 평범한 거울인줄 알고 가만히 응시하다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거울이 갑자기 깨지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파편에 뒤덮인다.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다음 전시실 ‘왜곡의 심연’으로 향한다. ‘비뚤어진 공감’과 ‘패닉부스’ 작품이 있다.
바닥에 수많은 글귀들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문의 벽에서 본 그 끔찍한 말들이다. 그 글귀들 위로 올라가본다. 벽에 나의 그림자가 만들어 진다. 바닥여 쓰여진 글은 벽에 생긴 나의 그림자 속에 담긴다.
다음은 ‘혐오의 파편’이다. 바닥에는 ‘파편’이라고 불릴만 한 무엇인가가 잔뜩 떨어져 있다. 그 파편들을 피하며 걸을 때마다 작품 하나 하나 응시하게 된다. 작품들은 모두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있다. 마치 바닥의 파편들은 이 작품에서 떨어져 나온 듯 한 모습이다.
전시 말미에는 거대한 벽 앞에 글이 빼곡이 담겨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혐오가 만들어낸 세상과 사건을 담아낸 것이다.
‘혐오’라는 주제에 대해 잔뜩 노출된 뒤 마지막 방으로 향하면, 갑자기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 곳에서는 누구나 익히 들어봤을 만한 위인들이 반겨준다. 혐오를 뛰어 넘어 용기 있는 한 발자국으로 숭고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혐오’가 주제인 전시 끝에 만나게 되는 ‘숭고의 방’이다. 이로써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은 막을 내린다.
포도뮤지엄 2층에는 또 다른 전시가 준비돼 있다. 노동과 빈곤, 전쟁과 죽음, 모성 등의 주제로 활동한 독일의 대표 예술가 케테 콜비츠의 ‘아가, 봄이 왔다’ 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판화 드로잉 32점과 1개의 청독 조각 작품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포도뮤지엄은
포도뮤지엄은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에 위치해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열린문화공간을 지향한다.
미래의 가치에 해당하는 지구 생태환경과 인류 공생을 생각하고, 소외된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포도뮤지엄은 이를 바탕으로 교육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포도뮤지엄은 개관기념으로 5월 말까지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무료 관람은 포도뮤지엄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후 가능하다.
이후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과 군인 3000원, 12세 미만은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매주 화요일은 휴관한다.
김동현 총지배인 "생각의 플랫폼 역할 다할 것"
최근 제주관광에 ‘예술’ 관련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질 좋은 콘텐츠가 많아지는 예술의 섬으로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이주 작가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고, 다양하게 펼쳐지는 작업활동과 공방이 증가했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된 지역인 만큼 생태화 환경이 함께 고민되는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포도뮤지엄은 단순한 전시나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아닌 생태환경과 인류의 공생 등 미래지향적인 공간의 역할을 할 것이다. 개관 첫 전시인 ‘너와 내가 만든 세상’과 ‘아가, 봄이 왔다’는 포도뮤지엄이 지향하는 전시 방향의 표석이다.
포도뮤지엄은 전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장르와 활동을 포함하려 한다.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는 곳, 생각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특히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계획 중이다. 클래스, 세미나, 네트워킹 등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구의 해양 쓰레기와 생태에 관련한 내용들을 준비할 계획이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지구의 환경을 고민하는 작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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