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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만 잘 살려고 민주화운동 했나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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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17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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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정치권에 최근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졌다. 소위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 중에 나랏돈으로 적지않은 특혜를 받으면서 더 큰 특혜를 받겠다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지난 3월 말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민주화운동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민주화보상법)은 국가가 4·19 혁명과 5·18 민주항쟁 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화운동 유공자 또는 유가족들에게도 교육·취업·의료·대부·양로·양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말하자면 셀프 특혜 보상법이다.

 더 가관인 건 이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여당 동조 의원이 73명이라는 것이다. 이번 특권세습 법안은 성스러운 민주화운동의 명예를 짓밟았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1980년대 전두환 군부 독재 시대에 수많은 국민이 거리에 나와 이구동성으로 목이 쉬어라 민주화를 외쳤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런 특권을 누리기 위해 길거리에 나오지는 않았다. 오롯이 참된 민주주의가 이 땅에 정착했으면 하는 일념으로 나섰을 뿐이다.

 민주화는 성숙된 일반국민들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무위도식하면서 투쟁만 한 소위 민주화 대상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화가 마치 자신들의 특허인양 행세하는 몰염치는 어디에서 나오나. 현행 민주운동보상법은 희생자 본인 가족 직계존속 등에게 국가가 지원해야 하며 특히 공기업 사기업체 채용에 있어선 10%를 우선채용 하도록 돼 있다. 또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채용 시험에 만점의 10~5%를 가산점으로 주고 있다.

 맨날 기득권 없애겠다고 하면서 국민세금을 축내며 자기네들만은 특권을 누리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이 법에 녹아있다. 편 가르기 해서 상대방은 뒷골목으로 쳐내놓고 저네들만 챙기는 꼴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5·18 민주유공자 숫자는 4406명이다.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는 중··대학교 수업료 같은 학비 지원을 받음은 물론이고, 공공기관이나 단체의 취업에서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수혜자 중에는 정치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 5~10%의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은 대다수 젊은 수험생들에게 큰 절망감을 초래한다. 불과 1점 차이로 낙방하는 수험생들이 부지기수인데도 이런 조항 때문에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는 수험생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다행히 상당수의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를 비판하고 떠들어대자 설 의원은 발의한지 엿새 만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법안을 철회했다.

 이 법안 발의를 보고 4선인 김영환(66) 전 국회의원은 민주화 운동이 너무나 부끄러워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유공자 명단에서 빼 달라고 국가보훈처에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김 전 의원과 전은주(63) 부부의 20대 시절은 민주화 운동이 곧 삶의 전부였다. 이들은 연세대·숙명여대 재학시절 시위현장을 누비다 각각 구금됐고 징역도 살았다. 그런 부부가 최근 민주화유공자증을 국가에 반납한 것이다. 이런 경우가 처음 있는 일이라 국가보훈처가 유공자 지위 반납을 위한 서류 양식을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다. 부부는 민주당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민주화 유공자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낸 것을 보고 이 같은 결심을 했다고 한 중앙 언론은 전한다.

 전 국민이 동참해 이룬 민주화에 조금 더 앞장섰다고 오랜 기간 마르고 닳도록 혜택을 누리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한다. 운동권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특권세력으로 남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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