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강정마을·제주도·도의회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주민들을 외면한 채 개최한 데 따른 논란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전체 마을 주민의 통합없이 어떻게 상생이 가능한 일인지, 공동선언을 주도한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의 협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날 마을 한 쪽에서는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이 열리고, 다른 한 곳에서는 “상생화합으로 둔갑한 정부의 보상과 회유는 사과가 아닌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마을주민 등에 대한 기만”이라며 원 지사와 좌 의장을 성토했다. 기본적으로 화합은 모든 주민이 갈등을 씻고 함께 앞으로 나가자는 결의를 전제로 한다.

　도대체 이를 모를리 없는 원 지사와 좌 의장이 왜 상생화합 공동선언을 강행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지금은 섣부른 상생화합 선언보다 마을 주민 간 오랫동안 쌓인 갈등부터 풀어나가는 일이 더 시급한 시점이다. 반대 측 주민들의 주장과 요구를 경청하면서 수용할 부분은 과감히 받아들이고, 수용이 불가능한 부분은 점진적인 해결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반대 측 주민들도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화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도 사전 도의회 협의를 거치지 않은 공동선언과 5년간 250억원 투자 기금 조성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상식적으로도 강정마을 갈등 치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이 먼저 도의회에서 처리된 후 공동선언이 이뤄졌어야 했다. 더욱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동선언에 협력한 좌 의장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주민들도 상생화합에 참여시켜 진정한 마을의 화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갈등 치유 및 상생협력 협약은 아무 소용이 없고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