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개정된 제주특별법은 제주도가 보유한 우수한 환경자원을 인위적인 훼손으로부터 보호하고 환경가치가 높은 자연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제주도는 10년 단위 ‘환경자원총량’을 설정해야 한다.

　이미 보전돼야 할 자연환경이 너무 많이 훼손된 뒤에야 나온 환경자원총량 추진 계획이어서 아쉬움이 컸지만 더 이상 관광개발의 명분으로 수려한 자연이 무분별하게 파헤쳐지는 난개발을 막을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으로 조속한 제도 추진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제주도는 환경자원총량제 도입 준비 기간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으로 늘려 잡았다. 훼손이 가속화하는 제주 환경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안이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보전할 환경자원총량을 산정하고 종합적인 관리쳬계를 갖추려면 사전 준비가 잘 돼야 한다. 그러나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환경을 보전하려면 도입 시기를 적어도 내년으로 1년 앞당겨야 한다.

　평소 공무원들이 직접 수행해도 될 업무까지 외부기관에 의존하는 용역만능주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환경자원총량제 역시 용역 등 외부 요인 등에 의한 늑장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테지만 조기 시행될 수록 환경 훼손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 시행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

　더구나 제주도는 그제(7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환경자원총량 유지관리 계획 수립 인식조사’를 하고 있다. 제주자연환경 보전과 개발·보전지역 총량에 대한 도민과 관광객의 의견을 묻는 중요한 설문조사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이뤄졌어야 할 한참 늦은 인식조사인 데다 조사 대상도 500명으로 잡아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특히 각계각층 도민의 다양한 환경보전 인식을 수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제주도는 절차 이행에 치우친 형식적인 환경인식조사를 실질적인 조사로 전환해야 한다. 적어도 조사 대상을 1000명 정도로 늘려야 제대로된 도민 인식도를 측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