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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의 새들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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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13  15: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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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쉬는 날이다.

 마음이 고요하다.

 거센 풍랑에서 벗어나 순풍에 돛단배처럼 모든 게 평온하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제주시민속오일장이 있다. 나는 이따금 오일장을 찾곤 한다. 5일에 한 번이라 그런지 이따금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아니 자주로 단어를 바로잡자. 나는 나무를 그리고 꽃을 구매하기 위해 그리고 삶의 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늘 찾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정액을 찾기 위해 오일장 현금인출기를 찾았다. 그런데 오일장 바닥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어제가 오일장날이어서 인간이 버린 잔재 속에서 그들은 먹이를 찾아 한정된 공간에 모였고 주워 먹고 있는 풍광이라 단언할 수 있다.

 우리가 버린, 이 새들이 먹이를 찾아 세상을 논하는 그런 자리가 되다니 이 광경을 보며 나는 느낀다.

 그들이 속세의 내인을 보며 왜 어리석게 아웅다웅하며 전()의 행진을 위하여 저렇게 억척스럽게 움직일까? 우리 같이,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 되지!” 하고.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저들의 비움과 채움의 마음으로. 삶의 투쟁을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욕하리라. 너희는 살기 위해 온종일 분주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버리고 간 잔재 속에서 배를 채우고 이렇게 여유 있는 몸짓으로 날갯짓하고 있지 않으냐? 라고 말이다.

 사고하는 인간이기에 이렇게 논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저 바라고만 있는 저들보다 투쟁 속 인간의 모습이 조금은 시끄럽더라도 가치가 훨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투쟁의 현장 오늘의 오일장, 무수한 삶의 투쟁이 이 현장에서 있었으리라 그들의 흔적이 땀으로 배어 있다. 나는 그들의 땀 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느낀다.

 혹자는 삶이 괴롭거든 에 가보라고 한다. 그들이 투쟁하는 삶을 배워 새롭게 계획을 경주하라고.

 바람이 인다. 장터에 있는 까마귀들이 움칠한다. 그 속에 까치라도 한 마리 섞여 있는가 두루 살핀다. 없다. 적막하리만큼 한적함에 인간이라고는 나 혼자다. 내가 새치기를 한 기분이다. 바라만 봐도 말이다.

 우리네 인생사가 저들처럼 행복감에 도취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저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우리의 인생 속에서 먹이의 전쟁만은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못하는 지금의 내 심경이 참으로 민망스럽다.

 투쟁하듯 출·퇴근을 하는 자동차 행렬, 무엇이 그리 바쁜지 끼어들기, 과속 질주 등 저마다의 삶에 찌듦을 속도로 감내하는 인간들. 나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속세의 괴물이 된다. 삶을 진행하기 위해서.

 바람처럼, 구름, 그리고 잡초처럼, 자연의 이치대로 그렇게 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이 돌보지 않아도 자라는 지구의 산 나무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 관망하면서.

 나는 지금! 이 세상의 험한 길을 오일장의 새들처럼 고민하지 않고, 유유히 살아가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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