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해 4월 ‘태아도 산업재해 보상의 대상이 된다’는 주목할 판결을 내렸다. 간호사 등 유해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한 판결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도 국회가 관련 법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보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엄마의 영향에 의한 장애아 출산과 관련해 태아(2세)도 산재보상이 된다’는 내용을 조속히 산재보험법에 추가 명시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소급 적용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해 법안 마련과 상정이 늦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다 피해를 본 전직 간호사들(임신 중 태아 유산 5명·선천성 질환 아이 출산 4명)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실상 피해 간호사들이 주장한 ‘임신 초기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돼 태아에게 선청성 심장질환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므로 소급 적용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더 이상 소급 법안 상정을 마루지 말고 이른 시일내 본회에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反)하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신뢰와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법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