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한 제주포럼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평화와 포용적 번영’을 주제로 한 올해 제16회 제주포럼(지난 24~26일) 역시 다양한 의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으나 국제적 관심사를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등 세계 유명 포럼과 거리가 먼 지역 내 포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포럼의 당초 목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평화를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제주포럼은 사실상 연례행사성 포럼이 되고 있다. 명실공히 국제적 포럼이 되려면 각국 전직 국가 지도자 위주의 초청을 현직 대통령, 총리, 장관과 세계 경제계 인사 등으로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과다한 비용과 의전 문제 등이 따를 수 있으나 장차 세계적인 포럼으로 발전시키려면 지금부터 혁신적 포럼 발전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는 각국의 현직 대통령, 총리, 경제장관,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기술인 4차 산업혁명이 처음 논의된 것도 2016년 다보스포럼이다. 제주포럼 역시 다보스포럼과 같은 세계적인 포럼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터 한 해 한 두 명씩 현직 국가지도자가 참석하는 포럼으로 전환하면 점차 포럼의 위상이 높아져 각국의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셰계적 제주포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식 의제 설정 역시 제주포럼의 질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어떤 포럼이든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작용해야 강력한 파급력을 얻게 된다. 올해 제주포럼의 전체 세션은 무려 80여 개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40여 개 세션이 늘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이것저것 끼워넣기식보다 적은 규모의 세션이라야 집중 토론이 가능해 논의하는 현안 해결이 쉬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