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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단상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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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30  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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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게 다가온다.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풀어놓는 것처럼 맑다. 유유하게 지나치는 양털 구름마저도 덮지 못할 만큼, 하늘은 그렇게 높고 넓게 펼쳐있다. 바이러스에 짙은 일상의 하루에서 이런 느낌을 주는 시간은 극히 드물다. 어떤 화가도 만들어낼 수 없는 색깔의 모습에서 희망과 평화의 느낌을 주는 새날의 아침, 노꼬메오름으로 향했다.

 제주의 오름들은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오름이란 도내에 산재해 있는 기생화산을 말한다. 오름은 자그마한 산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져 있다. 오름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비교하며 산행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까마귀가 소란을 피워도 싫은 기색이 없는 숲은 그늘을 찾는 산행객들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오름은 계절, 시간, 그리고 특정 장소에서 보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가까운 노꼬메 오름을 자주 찾는다. 어떻게 보면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쉼팡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목장길을 한가롭게 걸어간다. 마치 젊은 날의 열정을 되찾는 걸음은 한결 가볍다. 이곳에서는 붉게 얼굴을 내민 엉겅퀴꽃도 예쁘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양지꽃, 박새 같은 야생화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무릇 자신을 포장하는 희떠운 말을 하기도 하고,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배아픔은 참지 못하는 인간들의 시기 질투는 보이지 않아서 좋다.

 숲으로 진입하면 가파른 길에 온몸의 힘을 발바닥에 주어야 한다. 삶의 무게를 느끼게 만드는 과정이다. 삶의 깊이는 이렇듯 고통이 따를지라도 이겨내는 것이 행복을 위한 삶일 것이다. 그러다 한참을 오르면 쉼터가 있다. 헐떡거리는 숨을 내쉬며 평상에 무거운 몸을 내려놓는다. 숲은 그들만의 만들어내는 산들바람과 조롱새의 단조, 그리고 내가 느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음조를 내고 있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간간이 지나가는 햇살과 구름은 티브이에서 보는 화면과는 다르게 생생하다.

 길섶에 군락으로 어우러진 병꽃나무는 하얀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이곳저곳 넘나드는 듯하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세상과 자연에서 연출되는 장면은 엄연히 다르다. 횟집에서 만들어준 물컹거리는 고기보다 내가 직접 낚시로 잡은 바닷고기의 졸깃한 맛처럼. 시원한 바닷바람도 좋지만, 숲에서 은은한 향이 감도는 감칠맛 또한 좋아 산행을 한다. 산을 찾는 모든 사람은 다 그런 마음일 것이리라.

 휘휘거리는 휫바람새가 언저리를 머물다 지나간다. 자신의 집을 찾은 방문객에 대한 반가운 인사의 소리인지, 아니면 불청객에 대한 거부의 소리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자인해 본다. 내가 숲의 주인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높게 자란 소나무, 삼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가지의 관목들이 사이에서 자라고 있다. 누구 키가 큰가 자랑함이 없이, 틈새에는 덩굴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깊은 숲의 완성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도 소곤거리는 조용한 숲처럼, 평화스러움을 만들어 나갈 수는 없는 것일까. 사욕으로 가득 찬 일상에서 벗어나, 본연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객이 되어 보자. 그것이 세상의 풍파를 벗어나는 유일한 통로라고 노꼬메의 주인들은 살포시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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