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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생태계를 위협하는 표현들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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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07  15: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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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 선수 볼 커트 당하자 하프라인 넘어 대시, 심한 마크 당하자 살짝 사이드 패스, 000 선수에게 다시 드루 패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슛, 그러나 골키퍼 골킥입니다. 마크에 놓고 플레이스 킥, 롱 킥한 볼, 미드필드 부근, 해딩 모션으로 점프, 레프리 휘슬, 프리킥을 선언했습니다

 어느 축구 중계방송에서 아나운서가 한 말이다. 가장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할 아나운서가 한글보다 영어가 많은 국적불명의 언어를 거리낌 없이 마구 쏟아냈다. 세종대왕이 들었다면 벌떡 일어날 일이다.

 또한 구태여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뜻을 표현할 우리말이 많은 데도 정부가 굳이 외국어를 한글에 섞어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202022개 부처별 공공언어 사용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공식 배포한 홍보자료는 모두 8689건으로, 이를 분석한 결과 1711(20%)에서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화 기술의 발전 등으로 외국어 사용이 늘어나는 등 일상화되는 측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류 문화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인구가 한글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직접 배우고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지나친 줄임말, 외래어 오·남용 등을 통해 한글 생태계에 혼란마저 주고 있는 꼴이다.

 특히 요즘 코로나19사태를 맞아 영어가 우리말에 올라탄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비대면(또는 비접촉)’언택트’, ‘코로나 이후포스트 코로나’, ‘추가 접종부스터 샷으로 쓰는 것을 말한다. 왜 굳이 영어를 써서 못 알아듣는 사람이 생기게 하는지?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혹 내가 잘못 쓰고 있는 말이나 표현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아쉽다. 잘못 쓰고 있는 말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식사를 모시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식사를 어떻게 모신단 말인가. 이럴 땐 음식(또는 식사나 진지)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또 많은 이들이 이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다. 예컨대 지인분’, ‘시청자분’, ‘후배분’, ‘팬분’, ‘유족분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에 높임의 뜻으로 쓰는 접미사 을 분별없이 쓰는 건 부자연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언어의 오염이며,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 그냥 지인’, ‘시청자’, ‘한 명’, ‘후배’, ‘’, ‘유족이라고 하면 된다. 이밖에 사람이 아닌 사물을 높이는 경우다. 이를테면 주문하신 음식이 나오셨습니다”, “5만원 나오셨습니다엉터리 존댓말이다. ‘나왔습니다면 될 일을.

 마지막으로 한글을 제멋대로 오·남용, 약축해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 경우다.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시간을 위하여), ‘술하당백’(술에 취하면 하루가 가지만 당신에게 취하면 백년이 간다),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죽마고우’(죽치고 마주 앉아서 고스톱 치는 친구), ‘돈키호테’(돈많고, 키크고, 호탕하고, 테크닉 좋은 남자), ‘기고만장’(기름기 많은 고기는 만인의 장에 해롭다),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 ‘와카남’(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등이다.

 TV대담에 아나운서들이 곧잘 하는 말이 있다. “너무 맛있어요”, “너무 잘 했어요”, “너무 행복해요너무는 정도가 지나친 것을 강조하는 말로, ‘매우, 대단히, 굉장히등의 단어로 바꿔 써야 한다. ‘저희 나라’ ‘저희 가족우리로 되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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