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업계의 딜레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용어가 정립되기도 전인 2020년 1월, 낯선 질병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시행착오 끝에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낯선 감염병의 공포가 엄습한 국민들의 일상은 코로나19의 종식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유형이 지속 추가되면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완전한 종식보다는 백신과 치료제로 이겨내는 현재의 독감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암흑터널의 끝만 기다렸던 전략을 수정해 이제는 어두운 터널내부를 밝혀 코로나19 이전처럼 생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제주관광은 코로나19 전후로 급격히 변모했다.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청정자연이 난개발로 제모습을 잃어 성장동력이 고갈됐다는 우려가 한창이었지만, 현재는 다르다. 물론 내실을 냉정히 평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동자체가 전멸하다 시피했던 지난해 1분기의 불황 이후 해외여행 대체지와 코로나19 청정이라는 이미지로 제주관광은 엄청난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다름없는 관광 규모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제주도가 관광산업에서 점하는 지위를, 최소한 국내에선 대체불가임을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속 제주 관광산업의 전략은 긴 딜레마에 봉착했다. 코로나 특수가 내실에 있어서는 특정 업계의 편중과 독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호황 업계는 제주관광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배짱영업으로 잇속 챙기기에만 나서 구설수에 올랐다. 반면 코로나 특수의 예외가 된 단체관광 업계는 벼랑 끝 절벽에서 힘겨운 버티기 중이다. 제주관광진흥기금 대부분을 부담했던 외국인 카지노의 휴업으로 기금이 고갈될 위기라는데, 조속한 외국인 관광 정상화를 바라기에는 국내·외 코로나19 위험성은 백신접종이 시작된 이후에도 낮아지지 않는다. 또한 비대면 야외활동을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관광 패턴의 변화로 관광객의 소비는 줄어 관광이 유발하는 부가가치는 낮아진다.

지사 공석 불구 전략수정 논의는 해야

  이쯤되니 도민사회 내부에서도 전국민에게 관광목적의 제주방문 자제를 적극 당부하고, 방역지침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관광객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기존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견이 갈린다. 도민의 상당수가 관광산업과 유관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생존의 기로에 내몰 빗장 걸어 잠그기가 설득력을 잃고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데 대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한 제주관광의 미래를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의 존재를 전제한 방향모색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변수가 많은 코로나시대에 대응해, 제주관광이 급격한 부침 대신 중장기적 안정성을 택하려면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 전략을 취해야 바람직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만을 기다리며 방역만을 우선했던 기존 관광제주 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국가의 방역 대원칙을 거스를 수 없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라도 제주의 경제구조, 특히 비대면 일상의 직격타를 맞은 관광업계의 고충 해결을 공동의 목표로 삼은 방역지침과 경제정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원희룡 지사의 조기사퇴가 큰 걸림돌이 돼 내년 상반기까지 제주관광 전략수정에 매우 중요한 시기를 무위로 흘려보낼 수는 없다. 권한대행 도정의 정무적 판단에 한계가 있겠지만, 막연히 손 놓아 차기 도정만을 기다리면 안된다. 제주도, 도의회, 전문 연구기관, 민간 모두 ‘위드 코로나 관광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의 논의가 도민 사회에서 충분히 공론화 돼 실제 관광전략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