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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연극계의 진수 한 자리에
윤승빈 기자  |  sb@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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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23  17: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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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윤승빈 기자]
한국연극협 제주지회, 24~29일 ‘소극장 연극 축제’
엄마·할머니·친구 등 다양한 소재의 우리네 이야기 

날로 발전하는 제주 연극계의 저력을 한 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됐다.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는 24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 제주문예회관소극장,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제30회 소극장 연극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에는 극단 세이레, 예술공간오이, 극단 가람, 극단 이어도, 극단 파노가리, 퍼포먼스단 몸짓 등 6개 단체가 출연해 제주 연극인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예정이다.

▲가슴 먹먹해지는 이름 ‘엄마’
축제는 극단 세이레의 공연 ‘엄마’로 시작을 알린다. ‘엄마’는 24일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집, 해숙은 오늘도 딸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를 맞이하려 비워둔 자리에 절망을 짊어지고 떠돌아다니던 정우가 들어온다. 기다리던 우리는 아니지만 해숙은 정우를 딸처럼 맞이한다.

 애자와 문희 남매는 해숙의 가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가까운 이웃이다. 두 자매는 정우가 해숙의 아픔을 헤집어놓으려는 이들 중 하나일꺼라 생각해 해숙의 집으로 출동한다.

그렇게 해숙, 정우, 애자, 문희 네 사람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연출을 맡은 정민자 씨는 “엄마라는 이름은 말만 입에 담아도 콧날부터 찡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름”이라며 “해숙은 거리를 헤매는 정우에게도 집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건 아닐까”라고 소개했다.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
축제의 열기는 예술공간오이의 ‘감금’이 잇는다. 고승유 연출의 ‘감금’은 오는 25일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감금은 낯선 곳에서 깨어 난 남자 둘, 여자 둘의 이야기다. 그들은 사회 취약계층인 노숙자들이다. 노숙을 하던 그들은 자는 사이에 납치당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깨어났다. 그들을 납치한 자들은 누구일까. 목적은 무엇일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들에게 ‘1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제시하면서 게임을 종용한다. 생명의 위협도 없고, 가장 오래 감금당해야 하는 게임이다.

고승유 씨는 “우리의 욕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기 자신 안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모든 것을 경험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욕망하는 자율적인 존재일까.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고 연출의 변을 통해 질문했다.

▲땅속에 묵혀두었던 상처
세 번째 공연은 극단가람의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다. 오는 26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시간이 멈춰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점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다. 사실 하나로 이어진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땅속에 묵혀두었던 상처를 꺼내든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며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과 과정들은 풀어낸 것이다.


사랑과 이별, 선택과 결과, 과거의 후회, 현재의 상실감, 미래에 대한 걱정, 직시와 성장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관객들이 겪었던 상실에 관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 공감을 통한 치유의 길을 제시한다.

오지혜 씨는 “사람들의 시간은 상처를 받은 그 순간에 멈춰있기 마련이다. 꽁꽁 얼어붙은 채 삶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게 된다”며 “마음 속 겨울이 한여름으로변하는 그 순간, 삶에 매미소리가 깃들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요한 울타리를 침범해온 그녀
오는 27일에는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극단 이어도의 ‘자살에 관하여’가 펼쳐진다.

라디오 방송국 PD인 남지인의 독신자용 아파트에 요란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불청객이 찾아온다. 그는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유경화다. 그녀는 동거 중인 남자와 다투다가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하며 연신 구토를 해댄다.

남지인은 고요했던 자신의 울타리를 침범당해 몹시 불편하다. 그러면서 유경화는 남지인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청취율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그녀가 비좁은 아파트를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는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변종수 씨는 “이번 연극을 통해 자살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일”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궁지까지 몰린 이들에게 이 작품이 팬데믹을 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연출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를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
오는 28일 공연은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극단 파노가리의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요?’다. 

성북구의 모 병원에 모인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다. 어떠한 접점도 없지만, 그들은 한 장소에 모이게 됐다. 그들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어떤 아픔을 지닌 채로 이곳에 오게 됐을가. 각자의 아픔과 마주치는 청년들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본다.

작품은 외로움을 넘어 아픔을 홀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곁에 많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시국이 바뀌면서 스스로 아픔을 삼키는 사람들이 많아진 현대, 누군가를 돌아보기 바라는 마음에 만들어진 연극이다.

채병연 씨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된 사람들이 그 아픔을 딛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질문하는 작품”이라며 “작중에 담긴 사회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원한다”고 전했다.

 ▲세 할머니의 끈끈한 우정
축제는 오는 29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퍼포먼스단 몸짓의 ‘그대는 봄’으로 막을 내린다.

아들 자랑하느라 더운 날씨에도 파카를 입고 다니는 명길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면서 개를 마치 자기 자식마냥 애지중지 키우는 장계네, 가지고 있던 땅을 모두 팔아 자식에게 준 이후 연이 끊겨버린 민관이네의 이야기다.

이들은 한 동네에 시집 와서 오랜 세월을 같이살아온 이웃이자 친구다. 어느날 보건소에서 자주 깜빡깜빡하는 민관이네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종임 씨는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정작 가족들에게 외면당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라며 “그럼에도 이 작품이 밝고 희망적이게 느껴지는 것이 이 할머니들이 비관적으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서로가 보듬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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