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윤승빈 기자] 제주의 고유 풍습인 벌초철이 음력 8월 초하루(9월 7일)를 전후로 한창인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180도 달라진 벌초 풍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새별오름에 위치한 공동묘지에서는 예년과는 다른 벌초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년같았으면 묘를 정비한 뒤 묘제를 지내고 음복까지 해야 벌초를 마쳤다 할 수 있는데, 뒤 과정이 모두 생략된 것이다. 한 벌초객은 자신의 아버지 봉분을 정비한 뒤 “양해해 달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마음벌초’로 벌초대행업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벌초 대행업체의 경우 벌초를 완료한 뒤, 이를 증빙하기 위해 의뢰인에게 작업 후 사진을 전송한다. 

이날 새별오름에서 만난 벌초대행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의뢰가 부쩍 늘기는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는 더 많아졌다. 해가 지기 전까지 쉴 틈 없이 벌초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강화된 방역 수칙으로 불멘소리를 토하는 벌초객들도 많다. 새별오름에는 관광객도 많이 몰리는데, 관광객과 벌초객에 대한 방역 수칙이 서로 상반되는 모습이라 더욱 대비됐다.

도가 마련한 캠페인에 동참 하는 벌초객도 많지만, 반발 역시 거센 모습이라 자칫 캠페인이 유명무실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벌초객 김모(46)씨는 “새별오름 입구에만 가봐도 관광객 여러명이 음식 먹고 다닌다. 단속하는 사람 전혀 없더라. 심지어 음식물을 팔기도 한다”며 “바로 옆 공동묘지에서는 과도한 벌초 규제를 한다. 누구를 위한 방역 수칙이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