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고향으로 가는 길
김명경  |  시인 / 수필가 / 전 중등교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9.12  17:37: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2월 말 정년을 맞이하고 5개월 만에 고향을 간다.

 남들은 차를 타고 지척으로 가는 듯 출렁거림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와 배를 타야 하는 처지라 준비, 역시 마음이 무겁다.

 청정해역에 천혜의 낚시터이기도 하고 42개의 군도로 이뤄진 추자도가 내 고향이다.

 그렇게 운명적인 나와의 만남이 시작돼 나는 열여섯살까지는 고향 땅에 살을 붙여 살아야 했고 그 후 나는 고교 공부 등을 위해 1년에 한두 번이나 가는 처지였으나 교직 생활때문에 평교사 3, 교감 1, 교장 1년 이렇게 5년을 고향 모교인 추자중에서 근무하고 38년의 공립중·고 교직 생활을 접게 됐다. 서두에서 언급한 정년퇴직을 한 것이다. 그것도 고향 모교에서 정년퇴직함에 모교에서 여덟 살이라는 햇수를 보낸 것이다. 학생으로 공부를 3년을 했으니 말이다.

 내 고향이지만 자주 못가는 형편에 무성의가 묻어나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 스스로 인정하며 그렇게 세월은 흘러만 갔다.

 그런 고향에서 오랜만에 후배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추자중 특강의 기회가 주어져 나는 서예학원 활동을 중단하고 고향을 향한다. 갈 때마다 설렘이 있지만, 거부감도 다소 있다. 물을 건넌다는 심적 부담이 그 옛날 멀미의 트라우마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는 부모님 제사 등에 가곤 했다. 어떨 땐 파도가 길을 막아 가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 나이 이제 65세가 돼 있다. 환갑을 훌쩍 넘어 칠순으로 가고 손주들이 생기고 연금을 벌써 4번이나 받는 등 흐름의 세월에 덧없이 늙어가는 모습에 이미 고인이 된 우리 집 안방의 아버님, 어머님 사진을 보며 어제를 생각한다. 어머님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던 그 아련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모닥불이 되어 점철됨을 느낄 때 세월의 흐름에 순응한다.

 가야 하는 고향이기에 어제 저녁부터 마음에 준비로 여념이 없다.

 평소에는 자정이 거의 돼야 잠자리에 드는데 오늘 만큼은 좀 일찍 자야지했다. ‘내일 무슨 옷을 입을까하며 준비도 하고 마음에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당일엔 새벽같이 깨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실은 어제 글을 쓰려 했으나 게으름이 길을 막아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년 후 처음 가는 고향이고 모교 방문이기에 나에게는 뜻깊은 오늘이기에 이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이다.

 날이 밝아온다. 일찍 밝아옴이 계절의 탓도 있지만 나를 위해 고향의 그리움을 앞당겨 주고 싶은 하나님의 속내의 흐름으로 점지하고 싶다.

 오늘은 비 예보가 없다. 그러나 소나기가 어디서 내릴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하리라. 다행히 오늘 아닌 내일부터는 다시 장맛비(?) 소식이다. 고향 가는 길에 괴로움을 하나님이 덜어주는 것 같아 감사함으로 오늘을 보내야겠다.

 오늘의 구호는 감사합니다로 정해 생활해야지 하며 다짐을 한다.

 이글을 쓴지도 벌써 3년이나 돼 간다. 그땐 코로나 19가 없었는데.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다. 이제 그만 코로나 19도 끝났으면 좋겠다.

 고향 가는 길을 막는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부임춘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