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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들과 함께 걷는 용암의 길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장’ 만장굴
세계자연유산축전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프리뷰
윤승빈 기자  |  sb@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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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17  1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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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쉽다. 대대적으로 준비한 공연이 코로나19 여파로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다. 2021세계유산축전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만장굴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의 이야기다.

‘신의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된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는 기존 만장굴 탐방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만장굴 전체에 문화예술을 덧입혔다. 탐방이 아닌 하나의 전시·공연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동굴의 벽은 바다가 되고, 꽃밭이 되고, 우주가 된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는 자연스럽게 무대가 됐다. 이날 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장’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다.

오직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시도다.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은 공연 취소에 대한 아쉬움을 달리기 위해 해당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나섰다. 이에 제주신문은 제작 현장을 찾아 관객을 만나지 못한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를 체험했다. 제작된 영상은 오는 22일 세계유산축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편집자주>

[제주신문=윤승빈 기자]지난 16일 오후 8시. 불빛 하나 없는 만장굴 내부는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어두운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될 법도 하지만, 만장굴만은 예외인 듯 했다.

비가 내린 여파로 동굴 위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바닥에 고인 물에 발이 빠지기 일쑤였다.

칠흑같은 어둠에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아 머뭇거렸다. 그러자 자그마한 빛과 함께 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날 따라와 보시게.” 

가이드 역할을 맡은 ‘삼승할망’의 목소리다. 음악과 함께 동굴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에는 동굴에서만 낼 수 있는 울림이 있다. 

삼승할망의 안내에 따라 좁은 길을 통과하고 나자 천장이 높은 공간이 나왓다. 동굴은 우주가 됐고, 제주도 전승 신화 속 ‘대별왕’과 ‘소별왕’이 우리를 맞이했다.

조명이 밝아지면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걷는 길 전부가 공연장이며 전시장이다. 빔프로젝터만으로도 동굴 벽을 다양한 배경으로 수놓을 수 있었다.

우주는 꽃밭이 됐다. 거대한 설문대할망이 나타났다. 설문대할망이 노래한다. 삼승할망은 설문대할망이 아파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우리는 설문대 할망 아래에 놓인 꽃 한송이를 들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꽃밭은 바다가 됐다. 바다에 꽃 한송이를 놓는다. 영등할망이 웃으며 반겨줬다. 영등할망이 춤을 췄다. 삼승할망은 우리가 놓은 꽃이 생명의 씨앗으로 변해 흩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 할 시간이다. 동굴 끝에 할망들이 기다리고 있다. 할망들은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아 ‘축제의 마당’을 펼쳤다. 

공연을 끝마친 뒤 돌아가는 길은 제주 화산섬이 만든 신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때보다 색다르게 보였다. 음악을 통한 동굴에서의 울림은 우리에게 또다른 울림을 가져다 줬다.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제주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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