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현행 중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를 임의로 바꾸려고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학년 자유학년제를 다시 자유학기제로 전환하고, 3학년 2학기에 51시간 이상의 진로교육 집중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내년부터 추진하는 (가칭)제주 꿈끼이음123 교육과정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면 충분한 공론화 절차가 전제돼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장기간 추진할 교육계획을 졸속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최소 3년 이상 논의하고 검토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때 시행해야 한다. 더욱이 중학교 3학년 2학기는 고교 진학을 앞둔 시점이다. 막바지 입시 준비에 매달려도 모자랄 시기에 진로교육을 집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입시에 짓눌린 학생들의 고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이기주의적인 교육정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문계와 특성화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입 준비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기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장장 51시간을 진로교육에 투자해선 안 될 일이다. 혹여 임기 종료를 앞둔 이석문 교육감의 실적쌓기용 교육과정 개편이라면 더 큰 문제다. 학생을 새로운 교육과정을 위해 실험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일단 내년 실시계획을 철화하고 적어도 2~3년 간 충분한 검토기간에 들어가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