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관리서부터 법위반·비위행위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부실 운영지적은 한두번이 아니나 그간의 외부 지적과 시정과정이 ‘겉핥기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컨벤션센터의 문제들은 어느 한 분야로만 한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임기만료 전임 사장의 공석으로 행감에 나선 컨벤션센터 임원은 조직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외부로 표출된 상황이라면서 조직관리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답했지만 ‘소홀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다. 적자경영이라는 기존의 비판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간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한 조직내부의 의사결정과정과 인사관리까지 컨벤션센터가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는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직원들이 업무중 방송을 시청하며 부적절한 태도로 근무에 임했고 조직 내부서도 이를 적정하게 제재하지 않았다. 관리자의 갑질에 시달린 직원은 정신과 상담을 받다가 퇴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부적절한 전력의 인사가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는가 하면 온갖 자잘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낱낱이 드러났다. 이같은 문제들은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으면서 회복될 가능성이라도 있다.

 하지만 채용비리, 보조금 유용, 쪼개기 계약 남용등 명백한 법률위반 사실들은 기강회복만으로는 뿌리뽑을 수 없는 병폐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채용비리와 보조금 유용 사건에 대해서는 컨벤션센터가 적극 조사에 임해 비위행위자를 걸러내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조직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민들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할 공공계약을 수백건의 쪼개기 계약으로 진행한 점을 철저한 규명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단한건도 입찰로 진행된 계약이 없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700여건의 쪼개기 계약들이 공정한 경쟁없이 소수의 의사결정권자의 의사대로 특정 업체나 특정인들에게 몰아줬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제주도의 출자기관으로, 경영상의 위기를 도의 지원으로 땜질하면서 도민의 혈세가 일부를 위한 눈먼 돈이 되게 해선 안된다.

체면구긴 도정·도의회 책임도 있어

 무엇보다 컨벤션센터가 비판을 받아야 하는 부분은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서 찾아낼 수 없도록 제주도의회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들을 5년 이상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당한 도의회의 제출요구를 무시하다가 국회의 국감자료를 제출해 컨벤션센터의 각종 문제들이 비화돼 도의회로서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역시 도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행감과 컨벤션센터 관련 안건이 올라올 때마다 충분히 출자기관에 대한 감시가 가능한데 5년이상 자료제출을 받지 못해 비위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의도적인 제출회피와 사안 은폐를 철저히 지적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자기관을 관리감독할 제주도정의 책임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이번 10월 임시회에 컨벤션센터의 추가 시설 사업비가 부족해 80억원의 유상증자 출자동의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이전부터 컨벤션센터는 장기 적자에 시달려왔다. 임원진의 무사안일한 태도와 흑자수익을 내지 못한 무능력이 원인일 것이다. 흑자를 내지 못하는 현 사업구조, 전과 다를바 없는 같은 조직구성, 동일한 임원진이 있는 한 시설확충만으로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가.

 더욱이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쪼개기 계약이 지속됐는데도 이에 대한 현황 점검이나 시정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에선 단순 주주라고만 볼 수 없는 제주도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

 앞으로 컨벤션센터의 특정감사가 진행되면 도의회와 감사위원회가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도민들에게 컨벤션센터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지 못해 난맥상을 알지 못했다는 해명은 통하지 않는다. 늦은만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요청만 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