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제도와 국제자유도시 모두 도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의 근간인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제도가 됐으며, 국제자유도시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의 편의를 보장한다는 목표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초자치단체 폐지로 제주도지사의 권한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자초했다.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실패한 제도나 다름없지만 폐지 또는 보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와 정부는 이름뿐인 국제자유도시와 지방자치 취지에 반(反)하는 특별자치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무려 15년 동안 정착시키지 못한 제도를 더 존치한다고 달라질리 만무하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제주와미래연구원과 함께 실시한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 관련 도민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리서치플러스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제주도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월 7~16일)에서 응답자의 30.6%가 국제자유도시 추진이 도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으며, 87.1%가 방향 수정이 필요다고 대답했다.

　더욱이 제주도지사는 특별자치도 시행으로 폐지된 4개 시·군 기초단체까지 장악한 무소불위적 권한을 누리고 있다. 이번 인식도 조사에서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0.2%가 ‘동의한다’고 했다. 현행 제왕적 도지사 제도를 더 이상 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아울러 행정시장 직선제(44.4%) 및 기초단체 부활 필요성(36%)에 대한 응답도 각각 그렇지 않다 15.1%, 23.4%를 크게 앞질렀다. 도지사에 집중된 권한을 주민자치 정신에 맞게 분산하려면 법인격이 부여되는 기초단체가 전제돼야 한다. 내년 7월 출범할 민선 8기 제주도정의 최대 현안은 도지사 권한 분산과 기초단체 기능 확대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