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행정이 특수한 행정체계를 스스로 오인함으로써 빚어지는 수많은 절차상의 하자나 미비점이 되풀이 되고 있다. 행정체계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탄생한 도지사 권한 집약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가 각종 사무를 양대 행정시에 위임하고서 나서는 오히려 잘못된 행정집행의 책임 추궁이 어려워졌다. 정책집행의 최종 책임주체로 보기 어려운 양대 행정시장에게 내려간 중요한 권한들이 부적절히 행사된 사안들이 실상은 부적절한 도본청의 의사결정이 하명된 결과라거나 혹은 독단적인 행정시장의 의사결정에 도본청은 위임사무라는 이유로 상급관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규명하기가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출범 15년차 제주특별자치도는 상당히 많은 사무를 민선 시장이 아닌 자에게 일임하고 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주시장과 사업자 사이에 체결된 사업협약안은 기부채납 상대방을 법인격 없는 주체로 해, 도 소유가 돼야 할 기부채납 대상지를 제주시가 소유할 것처럼 해놨다. 일반적인 자치단체인 시장이 협약 주체가 된다는 표준협약안을 따랐다는 핑계는 행정 스스로 자기형태를 부정하는 처사이자 제주도의 특수한 행정체제를 인식함이 없이 진행했다는 의미다. 나쁜 존재냐 무능한 존재냐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은 기시감마저 든다.

  제주도가 주체가 돼 도의회 사전보고나 동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조례규정에도 불구하고 제주시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협약주체가 돼 일사천리로 절차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법에 근거한 적절한 행정절차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사업자와의 비밀유지조항때문에 협약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오히려 공익소송으로 행정의 무결함을 입증하겠다는 제주시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환경관련 규정만 준수했다고 만사가 아니다. 조례위반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