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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의 계절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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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1.01  18: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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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 가사처럼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기억의 저편으로 보냈다. 전혀 겪어 본 적이 없는 삶의 공간에서 압박감과 의구심은 혼자 생각일까. 형체가 없는 적과의 전투에서 생존했다는 안도감 하나만으로 잃었던 단계적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깜깜한 어둠을 지나 새로운 햇살이 비치는 시간으로의 진입을 기대해본다.

 가을은 반추의 계절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여유와 성찰을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작년부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삶의 시계는 멈추었다.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방역대책은 사람과의 거리두기를 규범으로 모든 것을 재단했다.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은 미뤄야 했고, 세상을 떠나는 고인의 얼굴을 못 보고 보내야 하는 장례식의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마스크로 인해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고, 표정이 사라진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한다는 것은 마치 기계를 대하듯 삭막함 그 자체였다. 거리두기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눈물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시곗바늘이 항상 축에 뿌리를 두고 정확하게 움직이듯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2년 가까운 암흑의 장막에서 희망의 빛 보다 기다림이라는 긴 시간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모르는 게 좋을 때가 있지만, 새날은 늘 우리 곁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 있어서 희망이란 기대감이 있다. 동녘에 떠오르는 붉은 햇살처럼, 사람들은 열정을 가지고 하루를 계획하고 힘차게 일터로 움직인다. 그들이 움직이는 발자국에 따라 선과 색깔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다.

 선택하는 색감은 작품의 성격을 나타내는 가치와 의미를 표현하기에 많은 고뇌와 사고가 뒤따를 것이다. 화폭에 담기는 점과 선은 작품의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의 순간일 테니까. 하얀 화폭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화가들의 노력처럼,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그림은 다양하다. 그것이 명작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낙서의 모습으로 추한 삶의 그림자를 남기기도 한다.

 가을, 정원의 감나무가 누런 잎사귀를 하나, 둘 떨어뜨리고 있다. 탐스럽게 익은 열매들과 헤어짐의 몸부림인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에의 순응일지도 모르겠다. 헤어짐은 곧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러기에 가진 것 모두를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리고, 앙상한 나목으로 한겨울을 지나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어떤가. 자연의 오묘함을 곧잘 잊어버리고,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애틋한 감성과 간당간당 담벼락에 붙어있는 마지막 남은 담쟁이 한 잎에서 삶의 끈질김을 노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반추하는 계절에 마치 황소가 되새김질하듯. 지난 시간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다시는 같은 고통을 겪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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