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또다시 제주시 신청사 건립 계획안(2021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가 퇴짜를 당했다. 지난해 10월 임시회에 상정돼 논의했으나 막대한 사업비 확보와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된 안건을 다시 상정했다가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재 제주시청 제5별관(옛 한국은행 제주본부)을 철거해 지하 3층·지상 10층(연면적 2만 4822㎡) 규모로 건립하려는 이 사업에는 929억 5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엄청난 사업비를 마련하는 일도 큰 문제지만, 현재 제주시를 동·서 제주시 또는 제주시와 동·서 제주시 분리를 전제로 하는 행정체제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상태다. 2개 현안이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사를 건립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제주도와 제주시의 행태야 말로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제주도는 약 1조원 대의 지방채를 2023년부터 매년 2700억원씩 상환해야 한다. 연간 제주도 총 예산이 6조원 대인 점을 감안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은 큰 빚이다. 여기에 제주시가 2~3개 행정시 또는 기초단체로 분리될 경우 거대한 청사 건물은 효용성이 떨어지고 혈세를 낭비한 상징적인 건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제주도는 무책임한 제주시 신청사 건립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자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행정시 체제가 바뀐 뒤 청사 건립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