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개발 ‘악의 축’ 된 민간투자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오라관광단지 사업계획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7년 임기를 지낸 원희룡 전 지사가 사퇴해 한 시대가 끝이 났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목전에 둬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지방정부가 꾸려지는 상황이다. 제주의 10년 혹은 그 이상의 미래의 발판이 될 최상위 법정계획도 수립될 예정이다. 제주의 격변이 전망되는 현 시점에서는 오라관광단지 추진이 차질을 빚을 것을 단순히 대규모 투자자의 좌초상황으로만 볼게 아니라 제주도가 민간투자를 받아들이는 방향성을 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라관광단지가 처음 추진됐던 1997년의 제주도는 현재의 위상과는 전혀 달랐다. 자본과 인구가 몰려들어 선망의 대상이 된 현 상황과 달리 당시 제주도로서는 관광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절박함이 놓여 있었다. 제주특별법이 상정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자본, 물자,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공간이 되도록 한 배경도 이를 방증한다.
본격적으로 제주가 국제적 관광도시로 발돋움한 것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에 이어 대규모 중국 자본이 제주에 상륙하게 된 이어진 일련의 상황속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관광산업이라는 큰 범주에만 한정된 대규모 투자가 제주에 정챡하는 과정에서 도민들은 경제발전의 명암을 뼈저리게 겪게 됐다. 난개발의 폐해로 대표되는 쓰레기·하수대란과 자연경관의 훼손, 기후위기 등 제주자연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러한 당면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대다수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주범으로 지목했고 도민들도 이에 동조했다. 그 결과 도민사회가 대규모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더 이상의 투자유치는 제주도에 필요없다며 경계심을 표한다.
민간투자 적대시, 미래 위한 답 아냐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여러차례 현안 보고회와 공청회를 가지는 동안 투자유치에 대한 온갖 상반된 인식이 혼재하는 상황이 목격됐다.
제3차 종합계획이 계획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16조의 사업추진비가 필요한데 이를 실질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과반이상은 민간투자를 통해서 조달해야 한다는게 계획을 수립한 용역진의 의견이었다. 국비와 지방비 만으로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민자유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에 대규모 개발을 위한 투자를 자동적으로 떠올린 여론의 반응을 싸늘했다. 계획상의 민간투자가 목표만큼 실현될 경우 제주의 각종 문제들이 더 악화되고 말 것이란 비관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진행돼 온 민간투자들이 특혜시비가 일고 도민의 자산인 제주의 자연을 투자자들이 사적으로 독점했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간투자를 절대적으로 적대시하는 시각이 확대되면 안 된다. 제주의 미래성장 동력인 민간투자가 위축되면 제주의 미래도 없다. 다만 20여년 이상 제주가 경험해 온 투자유치의 명암을 바탕으로 원칙을 수정하고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면 된다. 그 핵심역할은 제주도정에 있다. 오라관광단지처럼 장기간 차질을 겪는 대규모 투자사업들은 민간투자를 대하는 행정의 미숙함은 물론 투자유치를 실현하는 결과에 이르는 충분한 사전 교감이 부족했던 탓도 크다.
또한 쓰레기, 하수 등 제주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임시적 방편이 아니라 중장기적 제주 발전의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들이 특혜로 바라보는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펼쳐진 악습과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 측면에서도 제주를 긍정적 투자처로 인식할 수 있는 신뢰의 토대가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