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 개선안이 그제(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3월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가 확정한 39개 제도 개선 과제를 담은 이 법안은 곧 국회로 넘어가 최종 통과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의 핵심이자 현안인 국세의 지방세 이양은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된 2006년 이후 4660건에 이르는 중앙정부의 권한이 제주도에 이양됐지만 주로 주민의 이익보다 행정편의를 위한 제도들이다. 예산이 따라오지 않은 행정권한 이양은 오히려 제주도에 부담이 될 뿐이다. 권한 이양에는 반드시 걸맞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당시 제주에 한해 국세의 비율을 높이는 문제는 사실상 정부가 도민에게 한 약속이다. 그러나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취지에 부합하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우선 7 대 3으로 조정해야 한다. 국세의 특별 이양없이 특별자치도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이 더딘 것은 예산 지원난도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7단계 제도 개선안에도 행정시장 직선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상 제주도의 행정시장 직선제 요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제왕적 도지사제도’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편법성 요구에 해당한다. 행정시장 직선제보다 법인격이 있는 기초단체로의 환원이 필요하다.